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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교학습한자 1,060자가 적당"|어문교육연구회 강연서 이응백 교수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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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교부는 최근 국민학교의 한자교육을 내년부터 부활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어문교육 정책이 체계 없이 갈팡질팡한다』는 비난을 낳는 한편, 한자교육을 부활시킬 경우 『과연 얼마만한 어휘를 어떻게 나누어 학습시킬 것인가』하는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5일 덕성여대 시청각 교육실에서 열린 한국어문교육연구회의 학술강연회에서 국어학자 이응백 교수(서울대사대)는 『국민학교학습용 기본어휘의 한자연구』라는 강연을 통해 1천66자의 한자를 기본 어휘로 할 것을 제안, 학계의 주목을 모았다. 이 교수가 제시한 기본어휘의 한자를 소개한다.
국민학교 학습용으로 필요한 기본 어휘의 한자수는 1천66자로 하면 무리가 없다. 이 1천66자는 국민학교 학습용 기본 어휘에 들어있는 한자어와 문교부 허용의 상용한자 및 문교부 제정의 한문교육용 기초 한자들을 토대로 추출해 낸 것이므로 기능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어휘이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학교 학습용 기본어휘에 들어있는 한자어는 7백99자로 추출해 냈다. 일단은 「학교」 「일기」 같은 한자어와 「나팔」같은 한자어·「간장」같은 한자어까지 모두 망라해본 것이다. 수가 많기는 하나 국어과뿐 아니라 전과목에 걸친 것이고 어린이 자신의 작문이나 회화·동화 등에서 광범위하게 뽑으려는 의도에서다.
다음에 이 7백99자와 상용한자 1천3백자(51년과 57년 두 차례에 걸쳐 문교부가 인정), 또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천8백자(72년 문교부가 제정)에 모두 나타나는 공통된 단어 6백89자만을 간추려 보았다.
그러고 나서 이 6백89자 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국민학교의 국어교과서에는 나타나며 그러면서도 일상생활에는 흔히 쓰이는 단어 3백77자를 새로이 뽑아 6백89자와 3백77자를 더해 1천66자가 된 것이다. ㄱ의 경우 「가·가·가·가·각·각·각·간…」 등이 포함된 이 1천66자의 한자를 절대적인 표준이라고 생각지는 않으나 하나의 안으로서는 충분히 의의가 있을 것이다. 한글전용 문제로까지 필경 거슬러 올라갈 이 한자 교육 정책은 늦어도 국민학교 입학기부터는 다루어야 될 필요가 있다.
한자는 일상생활·학문·전문분야에서 쓰여왔고 쓰이고 있어, 준 우리글자가 돼있기 때문이다.
한자학습에서 아동들에게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방법은 읽기 위주로 하되 읽는 글자와 쓰는 글자를 나누어 가르친다는 점. 필요한 어휘를 각 학년에 단계적으로, 적절히 배치한다는 점이다.
쓰기를 가르쳐야할 한자는 「문·금·목」처럼 아동들이 흥미를 갖고 배워갈 수 있는 한자를 중심으로 한다.
그리고 기본 어휘의 각 학년별 배정은 기본 어휘한자의 유용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 유용도는 한자가 조어상 단음절어에 나타나느냐 또는 어두나 어중·어말 어느 쪽에 오느냐에 따르면 간단히 판가름할 수 있다. 단음절어·어두·어중·어말 모두에 나타나거나 세 군데 나타난 것은 1류로 하고, 단음절어나 어두에만 나타난 것은 2류, 어중이나 어말에만 나타난 것은 3류로 정해 1류는 l∼2학년에, 2류는 3∼4학년에, 3류는 5∼6학년에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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