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러쉬」…93회 임시국회 기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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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사위파동 예견하기도>
오는 28일부터 열릴 제93회 임시국회는 대정부질문, 상임위활동, 거기에 여야의 중대한 입법안까지 나와 있어 모처럼 맞을 본격 국회가 될 것 같다.
정부·여당 측에서 내놓을 ▲보안처분에 관한 법 ▲민방위기본법안 ▲교수임기제의 교육법개정안 ▲방송법의 벌금형으로 방송·「텔리비젼」등의 허가취소가 가능한 전파관리법개정안 등은 정치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법안들. 신민당에서 역점을 두어 처리하려는 ▲국정조사위원회법안 ▲국정개혁 여야공동위 구성결의안도 여당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난제들이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과 김영삼 신민당 총재 면담이후의 협조「무드」도 깨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우선은 여-야 서로가 타협을 통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그 첫째 방법이 법안의「바터」처리. 신민당이 내놓은 국정조사위법과 국정개혁 위 구성결의안 가운데 양자택일로 여당 쪽에서 받아들이는 대신 신민당 쪽에서는 여당제안의 법안들을 문제조항만 수정해서 처리시켜 주는 방안이다.
둘째는 야당의 저항을 어느 정도 각오하되 필수법안만을 골라 대폭수정해서 야당의 반대명분을 없앤 뒤 통과시키는 방안. 야당으로서는 수정안을 내놓을 수 있으나 이런 수정안이 받아들여지거나 야당제안 법안들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해서 짜여지는 원내전략이다.
셋째는 여-야 대결을 각오한 강행처리.
신민당이 전에 내놓은 정치법안들만도 10여 개나 미결상태에 놓여 있고 새로 다룰 법안들이 모두 중요정치법안들이어서「법안 러쉬」의 이번 국회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여-야 원내사령탑의 고민이자 짐이 돼 있다.
그래서 여당 쪽에서는 내주 중에 여-야 당직자회의를 열어 법안의 사전절충을 시도할 움직임. 그런가 하면 장영순 법사위원장 같은 이가『이번 국회에서도 법사위파동이 일어날것 같다』며 절충 없는 강행대결의 경우를 우려하고 있을 정도로 아직은 타협에서 충돌에 이르는 여러 갈래 기상도만을 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국감제도 부활을 반대하는 공화당의 숫자풀이 이유로는『제헌국회이래 8대 국회까지 정기국정감사가 20회, 임시국감 19회 등 모두 39회를 돌파했으나, 본회의 보고정도의 처리결과를 낸 것은 8회에 불과하다』는 것. 또 국회특위도 제헌이후 1백81회나 구성됐으나 한번도 실효를 못 거두었다』는 것이 김용태 공화당 총무의 특위반대이유다.

<야선 기대 파·대결 파로 갈려>
이번 임시국회가 김영삼 총재의 박대통령 면담이후 처음 열리기 때문에 신민당 내에는『이번엔 종전처럼 야당이 그렇게 무시되지는 않을 것 아니냐」는 대여 기대 파와『뭘 기대하느냐. 야당답게 싸워 보는 거다』는 대여 결전 파가 갈려 있다.
김영삼 총재는 20일 의원총회에서『5·21면담이 있은 후 처음 열리는 국회이니 만큼 모든 지혜와 역량을 동원해서 우리의 의지를 관철하자』고 호소하면서「면담이후」라는 점을 특히 지적. 신민당은 국정감사에 관한 법안을 국정조사위원회 법으로 이름을 바꾸고 내용을 연화하는 등 실리를 꾀하고는 있으나 여당이 기도하는 민방위법 등에 대해서는 반대태도를 밝히고 있어「주고받는」식의 평온한 분위기는 어려울 거라는 예견들.
김형일 총무는『만일 자기들것만 통과시키려는 식이라면 파란을 불 면할 것을 분명히 말해 둔다』고 했고, 황낙주 부 총무도『저들의 뜻대로 따라오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태평로 국회 마지막 회전 론>
의원들의 질의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박병효 의원은『싸우다 보면 실리도 얻지 않겠느냐』고 화전양면작전을 필 뜻을 시사.
이택돈 대변인은『이번 임시국회가 태평로 국회로서는 마지막일텐데 야당의 자세를 톡톡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대회전을 주장.
대정부질문에선 부조리 추궁이란 1급「메뉴」를 놓고 중진급에서 김형일·박한상 의원, 소장의원 중에선 최성석·한영수·이진연·박용만 의원 등에게 발언준비를 지시해 놓고 있다.

<여도 법안제출 지연에 짜증>
임시국회를 앞두고 공화·유정회가 사전에 심의한 법안은 모두 40여건.
일부 부처에서는 국회개회 10여 일도 안 남은 21일까지 법안심의 요청을 해와 박명근 정책연구실차장은『이렇게 늦게 내놓으면 충분한 심의가 어렵지 않느냐』면서『차관회담에서라도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시켜 달라』고 정무담당 무임소장관 실에 요구.
정부측이 법안제출을 늦추는데는 지나친 보안유지와 수의 심의시간을 줄여 내용수정요구 등을 피해 나가려는 저의가 없지 않다는 얘기.
평소 국회에서는 정부안에 대해 거의 반대표시를 않던 여당의원들도 정책회의에서는 야당의원 뺨치는 신랄한 공격을 일삼아 공화당의 한 정책위간부는『우리나라의 정책입안과정(차관회의·국무회의 국회통과 등)중 여당의 정책심의과정이 가장 진지하고 신랄할 것』이라고 자찬할 정도.
그 예로 전파관리법개정안과 교육법개정안을 다룰 때는 언론활동의 위축, 교수들의 신분보장위협 등 국민들의 오해를 살 소지도 지적됐고,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안에 대해서는 농촌과 도시의 불균형 성장 등 문제점을 지적, 시정을 요구했다는 것.
대외비가 성행해 교육법개정안은 지난 17일 공화·유정총무와 여당의 문공 위원들이 C 「호텔」에 극비리에 모여 내용을 검토했고 끝내「비」로 하려던 전파관리법개정안은『알려야 한다』는 주장에 눌려 내용이 흘려졌다.

<야당제출 안건만도 33개>
국회에 계류중인 의안은 41건의 법률안을 비롯하여 결의안 12건, 의원징계 안 7건, 건의안 4건 등 모두 64건.
이중 야당 제출이 33건으로 과반수.
이른바 정치입법안이라고 불리는 △국회법개정안 △형사소송법개정안 △국가보위 법 폐지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 △집회시위법개정 안 등이 모두 야당제안이며 12개 결의안도 모두 신민당이 낸 것들이다. <고흥길·이 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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