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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성화하려면 대학만 지원 말고 인력 채용한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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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지낸 진동섭(62·사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15년간 고교 졸업자가 줄어 왔기 때문에 대학 구조조정은 거스를 수 없게 됐다”며 “구조조정 이후에도 모든 대학이 똑같은 인력을 배출하면 경쟁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대학별 특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학에 돈만 준다고 특성화가 달성되는 건 아니다”며 “교육부뿐 아니라 산업부나 고용부 등이 참여해 지역별 산업이나 인력구조,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시작 단계에서부터 긴밀히 협의하는 등 범정부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학가에선 일률적인 입학정원 감축만으론 대학 교육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선 특성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동안 백화점 식으로 학과를 운영해 온 대학들에 문제가 있다. 대학 구조조정을 하면서 대학의 경쟁력도 높이려면 지역별 산업 특성을 고려하고 4년제냐 전문대냐, 대학원 중심이냐 연구 중심이냐 산업인력 중심이냐에 따라 특성을 살려야 한다. 진정한 특성화는 대학이 어떤 인재를 어떤 교육 과정을 통해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이 자발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아무리 교육부가 특성화하자고 해도 안 되는 거다.”

 - 올해만 특성화 사업에 4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데.

 “대학 입장에선 재정 지원도 필요하지만 인력을 고용하려는 기업과의 협력관계도 중요하다. 정부가 돈만 줘선 안 되는 이유다. 제대로 특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특정 대학에서 인력을 데려가면 세제상 혜택을 준다거나 하는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려면 부처 간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 특성화 방안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방대가 많다.

 “교육부만 나설 게 아니라 산업부나 고용부 등 유관 부처가 모두 함께 참여해야 한다. 특성화란 게 결국 지역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지역별 산업 특성이 어떻고, 인력 수요는 얼마나 되는지, 졸업생에게 어떤 자질을 요구하는지 등에 대해 각 부처와 지자체가 처음부터 함께 논의해야 한다. 지금도 형식적으로 대학 정책을 결정할 때 유관 부처끼리 상의하지만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구조 개혁이 쉽지 않은 만큼 범정부적인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 학교컨설팅연구회 회장도 역임했는데, 요즘 대학 컨설팅업체들이 호황을 맞았다는데.

 “대학은 공룡 조직인 데다 단과대나 학과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전체적인 진단을 하고 대안을 수립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외부 컨설팅기관에 의존하기 쉽다. 하지만 대학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연구·교육·봉사를 목적으로 한다. 기업 식으로 컨설팅하면 취업률이 낮고 투자는 못 끌어오는 ‘문·사·철’ 학과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할 거다. 교육기관 대상 컨설팅은 전문화가 안 돼 있다.”

 - 정부가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교육부가 ‘이렇게 구조조정 평가를 할 테니 알아서 대비하라’는 식으로 하면 곤란하다. 교수·기업·법률가 등 전문가로 컨설팅 전담조직을 꾸려 지속적으로 대학에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특별취재팀=김성탁·천인성·윤석만·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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