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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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 때「홍콩」제「불사조」박사(피닉스)가 유행하더니 요즘은 일제「특허」박사의 명성이 자자하다. 이들은 모두 명함처럼 돈만 주면 찍어주는 박사 장이란 점에서 그 권위에 차이가 없다.
이번 일제「특허」박사의 경우 그 「셀러」와 「바이어」의 신분이 재미(?)있다. 목사와 교수. 한쪽은 「교육」, 또 다른 한쪽은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교」자가 붙은 「프로페셔널」로 모두 사회의 존경을 받아야할 「성직」자들이다. 새삼 보아서는 안될 세태의 일그러진 단면을 들여다 본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박사의 호칭인 「닥터」는 「라틴」어로 「선생」이란 뜻이다. 그런 「박사」는 우리 역사에서도 볼 수 있다. 삼국시대 이후 이조까지 있었던 역시 교수의 명칭. 고구려의 「대학」, 백제의 「시」·「서」·「역」·「예기」·「춘추」 등 「오경」, 신라의 「국학」·「산학」등엔 모두 부사가 있었다.
이조에 이르러서는 성균관·홍문관·규장각·승정원 등에 박사를 두고 「정 칠품」으로 대우했다. 요즘의 감각으로 재무관쯤 된다.
어느 경우나 박사는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칭호로 쓰이고 있다. 서구에서 이 학위가 맨 처음 수여된 것은 12세기말 「블로니아」에서였다.
원래 「유럽」에선 최고학부인 대학에 3가지의 학위가 있었다. 「배철러」(BA), 「라이센시에이트」(Licentiate), 그리고 「매스터」혹은 「닥터」·「라이센시에이트」는 말하자면 남을 가르칠 수 있는 면허장과 같은 것이다. 「매스터」와 「닥터」는 편의에 따라 혼용했으며, 이런 「타이틀」을 가지면 교직자 「길드」(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비로소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엔 학문의 분화가 이루어져 미국과 같은 나라엔 1백 70여 개의 분야에서 적어도 1백 종의 학위를 주고 있다. 「유럽」에선 아직도 「교직자격증」의 전통이 남아 있어서 「박사」학위에도 여러 질과 시류가 있다. 가령 영국에선 대학원교수가 된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ph D(철학박사) 학위를 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박사의 질적인 구별이 보다 엄격하다. 대학에서 4학기의 소정 「코스」를 끝내면 「라이센스」를 준다. 박사학위는 4년 내지 7년이 걸려 취득하는데, 세칭 「국가박사」(Doctoratd'Etat)와 「대학박사」(Doctoratd'universite)로 구별된다. 「국가박사」는 물론 권위가 높으며 교수로서의 우대를 받는다. 정규「코스」의 박사에도 이렇게 「진짜」 「가짜」와 같은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왜 박사가 되느냐에 있다. 자신의 학문적인 수준과 전문을 인정받아 보다 책임 있게 남을 가르치려는 데에 그 뜻이 있다. 넝마처럼 이름도 권위도 책임도 없는 학위를 하루아침에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것이 허용되는 요령주의의 세태에도 문제의 가짜 박사를 만드는 허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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