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되는 미 대한 정책|『미국의 아시아정책』세미나 김경원 교수 주제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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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세아정책연구원(원장 민관식)은 지난 20일 고대 김경원 교수의 『최근 미국의 「아시아」정책-대한정책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와 토론회를 가졌다. 김교수는 최근 미국을 방문, 「조지·워싱턴」대학 주최로 열린 『한국과 열강』의 「세미나」에 참석하고 와서 귀국보고 겸 주제발표를 한 것. 인지사태이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반도의 좌표는 어디이며 특히 미국의 대한정책의 향방은 어떤 것인가. 김교수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해본다. <편집자주>
「인도차이나」사태이후 새로운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은 냉전시대의 무분별한 지역방위전략을 지양하고 미국의 국가이익에 따라 지역별 중요성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이 평가에 의한 우선 순위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대「아시아」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일본에 두고 있다. 전후 일본의 급속한 성장에 찬사와 경악을 느낀 미국은 70년대에 들어 일본의 향방에 따라 아시아」지역서의 세력균형이 좌우된다고 믿고 「아시아」정책의 관건을 일본에 두고있다.
또한 미국은 일본에 대한 주 자원공급국으로서의 호주의 가치를 십분 인정하고 호주를「아시아」(인도제외)에 있어서 제2의 주요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편 한국이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다는 의미에서 아무래도 제3의 주요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이 일본의 안정에 근거하여 있고 미행정부당국자들이 한국은 일본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미국의 대한정책도 일본과의 이해관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안보는 일본에 직결된다는 「닉슨」-「사또」성명을 재확인하고있다.
그러나 비공식적 입장에서 일본인들이 보는 한반도 관은 한반도가 일본에 절대 필요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현실적으로 일본인들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로 크게 양분할 수 있다. 진보주의적 일본인들은 용공적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불행을 이념적으로 환영할 수도 있다. 한편 보수주의적 일본인들은 민족주의자들이며 이들은 한반도에서의 미군철수를 이용하여 일본이 군사강대국으로 재무장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한반도에서의 미군철수를 환영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일본내의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공통함수가 일치하는 한 일본인들의 비공식적인 선전활동이 미국의 대한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의 공식입장은 한국이 일본을 보호 내지는 견제하기 위해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하고 있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제를 최대한 추구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이런 관점에서 「인도차이나」사태이후 미국은 거듭 대한안보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우리는 미국의 공약 재확인에 안도감도 느끼지만 몇 가지 문젯점들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미국이 전략개념상 한반도를 미국의 태평양방위지역상의 전초기지로 보고 있는 한 한국의 국군현대화 및 자주국방추구에 미국과 견해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며 그 조화점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하는 문제다.
둘째로는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행정부·의회·언론계간의 분열이 점점 심화하여 가고 있다. 또한 행정부내, 의회 내, 언론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차대전직후 냉전시대에서 미국의 대의정책은 미 국민의 도덕적 관심과 군사적 정책이 일치되어 왔다. 즉 반공은 미국적 민주주의라는 개념과 일치시켜왔다.
그러나 동서화해라는 70년대 국제상황에서 이러한 안일한 방정식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최근 「인도차이나」사태로 인해 미국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국제주의와 고립주의,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자간에 한계가 불분명해졌고 개념과 의식에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월남전의 매파「헨리·잭슨」의원이 최근 「포드」행정부에 비판적인가 하면 비둘기파 하원의원「프레이저」가 월남의 추가 군원에 찬성했다는 것이 좋은 예다. 여론과 의회가 행정부를 불신하고 국내여론이 분열된 상황 속에서 미국의 대한방위정책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해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로 미국의 의회가 구조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가을 중간선거에서 75명의 민주당 초선의원이 대거 당선되었던 사실이 말해주듯이 현재 미국의회 내부에는「혁명적 변화」가 일고있다. 「존슨」·「풀브라이트」·「밀즈」의원 등 의회 내 거인들이 연거푸 퇴진함으로써 미국의회서 권위의 시대가 사라졌다.
초선의원들의 역할이 강화됨과 함께 의회내부의 전문위원, 보좌관들의 역할이 커졌다. 이들은 대개 행정부에서 일하다가 정책견해차로 물러 나와 의회서 일하면서 행정부에 도전하고 있다.
위에 지적한 문젯점들이 말해주듯이 미국의 「아시아」정책은. 단기적으로 안정된듯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유동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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