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전환기 TV드라머-홍두표(TBC-TV 편성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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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매스·미디어」의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를 조감하고 현실을 파악하여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일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의 「매스·미디어」는 그 나라의 현실 속에 바탕 하여 진실한 사실과 방향을 직시하고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TV가 그동안 3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에스컬레이트」되어 필연적으로 저질 「프로그램」이 나타나게된 것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그래야만 시청률이 오르고 「스폰서」가 붙는 것으로 착각해온 면도 없지 않다. 이제 TV도 이 땅에 전파발사 후 15년이 되어가고 TV「세트」도 2백60만대, 그리고 바로 눈앞에 「칼라」TV시대를 놓고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본격적인 TV「미디어」의 출발이라는 관점에서 방송 내적으로 『이대로 좋은 것인가』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할 중대한 시점에 서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인지사태 등의 심각한 사태는 방송 외적으로 이러한 재검토를 일층 긴박하게 했다.
비상조치 제9호의 발표 후 TV「프로그램」의 저질·퇴폐적인 내용의 일소를 위해 실제로 방송윤리위의 권고에 따라 『아빠』 『안녕』 『갈대』 등 일부 「드라머」가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방송을 보내는 입장에서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이러한 중단사태는 가슴아픈 일이지만 방송을 보내는 입장에서 특히 책임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좋은 계기로 삼아 현 시국을 정시, 현실감각에 맞는 「프로그램」을 편성·제작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 본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드라머」든 그 주제 속에는 뚜렷한 「모럴」의식이 생명력을 갖고 꽃피어야 하며 이 「모럴」이 작품 속에 숨쉬는 한 「드라머」는 저질화 될 수 없다는 진리이다.
앞으로 불륜·퇴폐·선정적인 내용의 전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드라머」도 보다 재미있고 값질 수 있다는 제작자의 신념이 아쉽다. 오히려 젊은이들의 청신한 의지 속에 그 슬기로움과 정력 어린 삶을 담아 엮어질 청춘 물이라든가 밝은 가정의 숙원 담은 「홈·드라머」,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추리 물, 인정과 감동을 바탕으로 한 「멜러」물 등 뚜렷한 성격의 「드라머」라면 시대적인 요구에 맞는 내용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복잡다단한 현대생활을 기름지게 하고 폭넓게 하는데 TV의 오락성이 또한 크게 기여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방송의 자율적인 자기규제와 발전 속에서 보다 현실적인 「프로그램」의 향상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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