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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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땅에는 「그린벨트」, 바다엔 「블루벨트」.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된다. 「그린」은 녹음, 「블루」는 벽해를 상징한 말 같다.
어느 외국도시의 가두를 산책하면서 『워크·인·그린, 토크·인·그린』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본 일이 있다. 아름드리 수목들이 우거진 숲 속에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광경이 담긴 「포스터」에 새겨진 문구.
『녹음 속을 산책하고, 녹음 속에 담소하자』는 운동이다. 그것이 바로 그 도시의 시청에서 몇 년을 두고 계속하는 「캠페인」이라고 한다. 듣기만 해도 흐뭇한 일이다.
우리 나라에도 몇 년 전부터 주요도시에 「그린 벨트」를 지정하고 있다. 크게는 도시의 과밀을 막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데에 뜻이 있다.
이른바 「불도저」식 행정가들의 「캐터필러」에 짓밟히던 자연환경은 비로소 한숨 돌리게 되었다. 수도권 「그린 벨트」를 보면 적어도 도상으로는 서울이 녹음지대의 품에 안겨있다. 변두리의 황량하던 산허리에 그나마 푸릇푸릇 유목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여간 반갑지 않다.
최근 당국은 지상의 「그린 벨트」에 이어 바다에도 「블루 벨트」를 설정하기로 했다.
남해의 한산만 일대가 그 「블루 벨트」해역이다. 앞으로 고흥과 여천을 잇는 해역, 서해의 군산 앞 바다 등도 「블루 벨트」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양의 환경보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어왔다. 지구의 미래는 지상의 오염보다는 해양의 오염으로 더욱 어두운 빛을 보여주고 있다.
인류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그 표면의 70.8%가 바다로 덮여 있다. 지구는 사실상 물의 혹성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구에 생존하는 동식물들은 일부의 미생물들을 제외하고는 수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바다는 인류의 생존환경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은 육지를 벗어나 바다까지도 더럽히고 있다. 북극에 사는 곰의 체내에서 DDT가 검출되는가 하면, 동「그린란드」에서 잡힌 고래들의 지방 속에서도 농약이 검출되었다.
가까이 우리 나라의 해변에서 채취한 굴이나 조개에서 석유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본다. 도시로부터의 오물, 농업부문으로부터의 유독성 오염 어업단지에서의 유기물 유출에 따른 오염 등은 「푸른 바다」를 죽이고 있다. l971년 「이탈리아」의 해수욕장에선 간장염이 유행한 일도 있었다. 지중해의 오물들이 온통 그리로 몰려 빚어진 비극이었다.
우리 나라의 여천·광양만·울산 등은 해양공해를 입는 대표적인 해역일 것 같다. 공장폐수·선박오물, 그밖에 농약에 의한 오염이다.
당국은 『그래도 아직은…』 할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블루 벨트」를 설정한 것은 그나마 『푸른 미래』를 지키는 푸른 신호가 됨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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