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0도 「천막의 숲」에 가족 찾는 아우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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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가냐」시 교외 월남난민수용소 「텐트·빌리지」에 분산 수용된 한국인은 7일 상오 현재 모두 1백45명인 것으로「괌」도 주재 한국영사관에 의해 확인됐다. 한국인은 이곳의 12개 「캠프」중 6개 「캠프」에 나뉘어 수용됐다. 이날까지 한국인을 비롯, 월남 철수 피난민은 3만4백35명으로 미군당국에 의해 최종집계 됐으나 이날 중으로 1만5천여명이 더 수송돼 수용될 것으로 보여 한국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캠프」는 마치 도때기시장 같으며 6천4백40개의 천막이 들어서「천막의 숲」을 이루고 있다. 섭씨30도의 무더위에 천막 안은 한증탕이며 뙤약볕에 난민들은 맨발에 반라로 헤매면서 가족과 친척들을 찾고있다.
천막촌인 공중전화 앞은 미국 등의 친척·친지들에게 안부를 전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며 「캠프」방송은 사람을 찾는 월남어 방송이 쉴새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천막마다 「어머니 ○○을 찾음」「아들 ○○을 찾음」이란 심인광고가 가득 붙여져 있다.
이틈을 비집고 『관광은「아가냐」의 새 관광지 천막도시로』라는 관광회사의 「포스터」가 나붙어 약삭빠른 상혼을 과시했다.
난민들은 뙤약별 밑에서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 그릇의 죽을 배급받을 수 있다.
하수도 시설이 잘 안돼 변소는 넘쳐흘러 난민들은 고약한 냄새를 맡아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도때기시장 속에서 월남어린이를 위한 첫 학교가 지난 4일 문을 열었고 신자들은 종교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어떤 월남인승려가 목탁을 두드리며 불공을 드리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미군당국은 피난민 처리에 「컴퓨터」까지 동원, 난민처리에 진땀을 빼고 있으며 한국인들이 월남인가족에 묻혀 미국 등 제3국으로 갈 길을 모색하느라고 신원 밝히기를 꺼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한국인 조성옥씨는 이곳에 1주일이나 수용돼 있었는데 아무 연락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아직 한국인에 대한 인수절차는 공식적으로 결정이 안 되고 있지만 더러는 미국·태국·인니 등 제3국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괌」도 주재 영사관측은 말했다.
김성구씨는 『「사이공」있으면서 전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면서 김영관 대사의 명령으로「사이공」함락전에 다행히 철수할 수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탄손누트」공항에서 미군수송기 C-141기안에 2시간 동안 갇혀 있었을 때는 2년을 지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경옥씨(45)는 밤잠을 못 자며 김 대사가 「사이공」에서 교민 철수 작전을 지휘했다고 전했다.
미군당국은 『난민들의 참을성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어린이들은 어른 못지 않게 어려움을 잘 참고 야영에 나온 듯 「텐트」에서 뛰놀고 있다.
아직도 뗏목·나룻배로 철수하다 미군함정에 구조된 월남난민들이 속속 밀려들어 이곳 수용시설이 모자라 미군당국은 시설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에 한국영사관은 부족한 수용시설에 한국 진출 건설업체의 유휴 숙박 시설을 제공키로 했다. 미국 「아메리컨·세이빙즈」은행은 돈 많은 월남인 피난민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텐트·빌리지」지점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북새통에 피난민들은 새로운 삶을 찾고 있다. 한편 미군당국은 돈으로 미국행을 해결하려는 부유층 월남난민들에게 협조를 거부하겠다고 경고했으며 「보달론」「괌」도 총독은 6일 월남 난민의 유입과 관련한 비상 사태령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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