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경제 계획의 기본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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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77년부터 착수할 제4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마련키 위한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자원 파동·유류 파동을 계기로 세계 경제의 구조가 크게 달라짐으로써 그 동안의 세계 경제 질서는 하나 하나 붕괴되고 있는 반면 새로운 질서의 형식은 아직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지난날처럼 안정된 세계 경제의 추이를 전제로 해서 우리의 장기 계획을 다루기는 힘들게 되어 있다. 더우기 세 차례의 공업화 계획은 그 성공 자체가 우리의 대외 의존도를 75%수준으로 높임으로써 시일이 갈수록 세계 경제의 추이가 국내 경제 동향에 예민하게 반사되고 있음을 생각할 때 4차 계획의 작성에 있어서는 어느 때 보다도 높은 차원의 안목이 요청되는 것이다.
먼저 4차 계획의 기본 방향이 어떤 성격의 것이어야 하느냐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종전과 같은 수출 중심의 개발 전략은 계속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적절한 것이 아니라면 국내 자원 개발 중심으로의 전환은 얼마나 가능한 것이며 그 한계는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평가가 내려져야만 산업 구조의 개편이라는 계획의 성격 규정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필요한 소비 구조도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인 검토를 위해서는 세계 자원과 세계 경제의 성장이 어떤 관련하에서 움직일 것이며 새로운 국제통화 및 무역 질서는 어떻게 형성되어 갈 것이냐를 일단 우리 나름대로 평가하는 난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이들 문제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채 4차 계획을 만들려 한다면 그것은 해도 없는 항해의 시발과 같이 극히 불안한 것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4차 계획의 성장율을 7∼9%로 낮춘다는 생각은 여전히 경제 계획을 성장률 중심으로 생각하는 소이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성장률이 높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떠한 내용의 성장이었느냐가 앞으로는 더 중요시되어야 할 것이다. 제3차 계획이 계획대로 집행되면 우리의 국제 수지는 균형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자본 수지도 외자도입보다 그 상환이 많은 적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당초의 기대였었다.
그러나 자원 파동·유류 파동을 고비로 해서 우리의 국제 수지는 역조 폭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를 자본 수지 흑자(부채 누적)의 가속적인 증가로 메우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원 파동·유류 파동의 와중에서도 우리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는 것이 결코 개발 성과라고만 자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성장률보다는 성장의 내용이 더욱 중요시되어야 할 단적인 측면이다.
또 기왕의 개발 계획이 불시의 성장에 과민한 반면 지역적인 균형이나 소득 계층간의 균형이라는 사회 개발적인 측면을 경시함으로써 국민의 평균적인 복지 향상에 문제점을 파생시켰음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의 내외 여건으로 보아 이제부터는 국민의 평균 복지 향상이라는 과제가 물량 성장 못지 않게 중요시되어야만 할 것이다. 종전과 같이, 공평한 분배가 있기 전에 분배할 수 있는 「파이」를 늘려야 한다는 명분만 고집하기에는 제반 상황이 이제 너무나 달라졌다는 것이다.
요컨대 경제적 자립의 실질적인 추구와 더불어 양보다는 질을, 그리고 불안한 성장보다는 안정된 성장을 추구한다는 기본자세의 확립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는 것이며, 그러한 자세로 계획상 필요한 제반 조건을 깊이 검토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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