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터널 벗어나는가|종합 진단 경기 추세의 실황과 정부·민간의 대응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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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랜 불황 「터널」에 한줄기 빛이 비치고 있다. 최근 섬유를 비롯한 일부 품목의 수출 증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불황 「터널」의 탈출을 의미하는 여명인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지만 73년 11월이래 하강 일로에 있던 경기 추세에 어떤 다른 조짐이 나타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경기 국면의 전환점인 것이다. 따라서 「물고기의 입질」 같은 최근의 경제지표의 흔들림을 어떻게 느끼고 진단해야 할까? 경기 추세의 실상과 이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감도, 또 대응 자세를 종합적으로 타진해 본다.(경제부)
아직 계수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나 경기 예고 종합 지표가 3월을 바닥으로 하여 반전 추세에 들어간 것으로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다. 벌써 4월부턴 수출 신용장이 늘고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외국 「바이어」의 상담도 확실히 늘고 있다. 3월중 신용장 내도액이 3억9천6백만「달러」로 2월보다 34%는 데 이어 4월 들어서도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설비 금융은 3월말까지 총 1백여억원이 나간 데 불과했으나 4월중에 1백40억원이 나갔다. 5백억원의 특별 설비 금융도 4월 중순부터 나가기 시작, 77억원이 집행됐다.
특별 설비 금융에 대한 자금 수요가 5대 1 경합을 기록, 기업의 설비 투자 의욕이 왕성함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경기의 상승은 해외 경기에 의해 뒷받침돼야 하는데 미국·서독·일본 등이 점진적인 회복책을 쓰고 있어 기대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 수요가 부쩍 늘고 있는데 이것이 일시적인 재고 보충 수요인지 본격적인 자생 수요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답답하던 수출 불황에 한 가닥 숨구멍은 틘 것 같다.
현 추세대로 가면 하반기엔 73년 정도의 폭발적 경기는 기대할 수 없지만 상당한 활기는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소모방·화섬 등에선 증설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가리라는 일반적 전망이 국내 설비 투자 의욕을 매우 자극하고 있다. 국제 수지의 곤란 때문에 경기 상승을 수출로 분출시키려는 정책적 유도가 가세되어 수출 「드라이브」가 가속되고 있다.
국내 경기의 불황 탈출 기대가 커 감에 비례하여 금융 긴축 및 외환 압박에 대한 반작용도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외환 수지가 빠듯한 형편이므로 과거와 같은 국제 수지 부담이 따르는 경기 상승은 허용될 것 같지 않다. 정부에선 수출을 추진력으로 한 경기의 점진적인 회복을 더 기대하고 또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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