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의 순국 정신|29일 의거 43주 맞아 되새겨 보는「장렬천추」|이시찬<성안교회장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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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월29일은 윤봉길 의사가 지금부터 43년 전 중국 상해에서 의거, 일군 백천 대장을 저격했던 날이다. 매헌 윤 의사의 애국심과 침략제국 일본을 응징하려던 상해 홍구 공원에서의 장렬했던 의거행동은 고 장개석 총통이 의사 유족에게 써 준「장렬천추」라는 휘호에 잘 표현돼 있다. 또 장 총통은 윤 의사가 일본제국을 응징코자 하던 의지를 기려『윤 의사는 중국의 은인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이제 왜병의 손에 무참히 순국한 윤 의사의 애국충정은 역사의 기록과 함께 사적 제229호로 지정된 충남예산 충의사가 망각의 세월 속에서 겨우 기억을 일깨워 주고 있을 뿐이다.
젊음을 조국에 바쳐 일제에 항거하며 국가독립에 공을 세웠고 교육과 대중운동을 통한 반봉건. 반 제국의 계급의식 형성을 주장하며 자유와 평화, 민족 독립을 제창했던 윤 의사의 의거 일을 맞아 그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추모사업을 보다 널리 벌여야겠다는 생각에서 다시 한번 의사의 행적을 더듬어 보겠다.
신 공원에서 답청하여/처처한 방초여/명년에 춘색이 이르거던/왕손으로 더불어 같이 오세/청청한 방초여/명년에 춘색이 이르거던/고려강산에도 다녀가오/다정한 방초여/금년 4월29일에/방포일성으로 맹서하세.
이 글은 의사가 의거 이틀 전인 1932년 4월27일에 홍구 공원에서 산책하면서 읊은 시다.
내일 방포일성으로 조국을 일제의 마수에서 건지겠다는 의사의 애국충정은 명년에 춘 색이 이르거던 고려 강산에도 다녀가라는 조국을 사모하는 애틋함과 함께 장렬하고도 애절한 것이었다.
이 같은 의사의 높은 애국심은 겨레의 뜻을 모아 출생지인 예산에 충의 사를 세워 존영을 모시고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게 함으로써 기려지고 있다. 그러나 충의 사는 그 숭고한 의사의 충의 심에 비해 삭막하기 그지없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나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보여줄 보존 유물도, 여타의 시설도 갖추지 못했다. 더우이 현충사나 낙성대 등에 비하면 모든 것이 허술하기만 하다.
작금과 같이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흉흉한 때 분단된 조국통일에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기 위해서는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선양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윤 의사와 같은 애국선열의 사적을 더욱 빛내는 일 같은 것은 시급한 일 중의 하나다.
현재 윤 의사의 사적지 정화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2월19일 뜻을 같이한 경향 각지의 3만여 인사들이 서울에서 매헌 윤봉길 의사 사적지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이를 추진 중에 있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민족정기를 앙양하는 이 성스러운 사업은 모두가 힘을 모아 기필코 이룩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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