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길」열릴 수 있을까|「티우」사임과 월남의 장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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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티우」월남대통령은 3월17일「반미투오트」가 함락되자「달라크」「플레이쿠」및「콘툼」의 중부고원 3개성으로부터 정부군의 철수를 명령했다.
사전준비 없는 철수명령에 한지사령관들은 경악했고 워싱턴은 충격을 받았다.
「반미투오트」는 결과적으로「티우」월남대통령의「디엔비앤푸」가 되었다.
4월10일「포드」가 10억「달러」의 원조를 요청한 후로는「티우」사임을 요구하는 의회의 압력은 가중됐다.
의회의 그런 압력들은 행정부로 하여금「티우」를 후퇴시키면 월남원조를 다루는 의회의 분위기가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오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이「터우」의 사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서는 미국시민 5천명이상이 사실상「인질」로 붙들려 있는「사이공」의 피하는 길은 공산군의「티우」사임요구를 들어주는 것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미국행정부는「티우」사임을 요구하는 거나 다름없는 암시를 던지기 시작했다.「티우」가 대통령 사임연설에서 자기는 미국의 압력으로 물러난다고 말한 데서도 4월3일의「포드」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미국의 태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티우」가 사임하고 보니「티우」사임의 시기가 이미 늦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공」을 포위하고 있는 공산군은 확고한 군사우위를 장악하고 있다.
「사이밍턴」미 상원의원이 지적한 것처럼「티우」가 물러나지만「사이공」정부는 협상을 할 만한 힘이 없다.
미국의회는「포드」에게 미군의 사용권한을 부여할 참이지만 엄격히 미국인의 절수를 위한 것이라는 조건이 달린다.
공산군은 토방 빌려주니까 안방차지 하겠다는 식으로 협상의 조건엔「티우」혼자의 퇴진이 아니라「티우」일파 모두의 사임과 민간인 보장을 하고 있은 미군사고문단의 완전철수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결국 공산군은「사이공」의 대학살을 피하고 싶거든 이런 요구를 모두 들어 달라는 배부른 흥정을 제시한다.
그런 전제조건을 모두 들어준다는 것은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의회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티우」사임을 환영하되 군사원조는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휴·스코트」공화당 상원원내 총무는「알버트」하원의장과 함께「티우」사임을 협상을 위해서 활용하라고 요구하면서도 군원 승인의 전망은 조금도 밝아질게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포드」대통령이 요청한 10억 달러 원조제안을 상원은 2억 달러를 깎아서 심의 중이고 하원은 3억2천7백만「달러」로 삭감했다.
협상의 결과를 그들이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벌써 권위 있는 평론가들, 정통한 소식통을 확보하고 있는 기자들, 정부안에 있는 월남문제전문가들은「론·놀」의 출국이「프놈펜」함락을 방지하지 못한 전례가 월남에도 적용될 것이 확실하다고 믿는다.
「티우」사임은 공산 측의 요구를 일부만 수락한 것이다. 공산 측은 지금「사이공」의 무력점령에 드는 대가를 생각하여 무혈 함락을 바란다.
어떤 관측통들은「포드」대통령과「키신저」국무장관이「티우」사임을 지금까지 강요하지 못한 것은「티우」사임이 월남공화국의 존속을 보장하는 것이 못되고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이 지금 협상을 바라는 것은 그것이「사이공」정부의 존속을 보장한다는 기대에서가 아니라 협상을 하는 동안 미국시민 3천명의 무사철수를 위한 시간을 벌고 파리협정에 규정된 3자 국가화해위원회로 새 정부를 구성하면 그것이 머지않아 완전히 공산주의지배하에 들1갈 것이 분명하다고 해도 공산주의의 무력점령으로 미국의 월남개입사의 종장이 기록되는 것보다는 모양이 좋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미국의 의회나「베트콩」이 보인 반응을 보면 미국의 그런 기대가 실현될 전망이 그렇게 밝은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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