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우 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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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이공21일 외신종합】「구엔·반·티우」월남대통령(52)은 21일 실정과 패전으로 인한 국내외압력에 굴복, 대통령직에서 극적으로 사임함으로써 10년「티우」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대공협상의 길을 열어 놓았다. 후임엔 헌법절차에 따라「트란·반·후옹」부통령(72)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티우」대통령은 21일 밤 7시45분(한국시간8시45분)부터 전국에 중계된 1백분 간의「라디오」·TV 연설을 통해『나는 월남국민과 의회에 대해 대통령직 사임을 선언한다』고 발표하고 자신의 하야로 26년의 월남전쟁이 종식되고 협상의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3면에>
65년 6월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10년에서 몇 일 모자라는 긴 세월동안 월남을 통치해 온 「티우」대통령은 이날 통렬한 어조로 미국의 배신을 비난하면서「후옹」부통령에게 즉각 대통령직을 계승하여 월남의 불안과 긴장사태를 종식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감정에 북받쳐 이따금 연설이 중단되기도 한 이날의 연설에서「티우」대통령은 그의 연설이 시작된 지 몇 분이 경과했을 때 잠시 연설을 중단, 숨을 크게 몰아쉰 다음 울음 섞인 말씨로그의 사퇴를 선언했다.
「티우」대통령은 재직기간 중에 일어난 모든 일은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다짐했다.
「티우」대통령은 그의 사임 변을 꺼내기 앞서 73년의「파리」평화협정 체결 전에 미국이 월남정부에 ①공산 측이 월남을 다시 침공하는 경우 월남의 투쟁을 지원키 위해 즉각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한다 ②오직 월남공화국만을 인정한다 ③월남으로 하여금 공산침략에 대항케 하기 위해 월남에 군·경원을 제공한다는 3개항의 밀약을 했다고 공개했다.
「티우」대통령은 미국이 이 같은 약속을 하고서도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으며 자신은 약 1개월 전「포드」미대통령에게 공산군의 침공에 대한 조속한 대응책을 촉구하고 미 공군 B-52 중 폭 경기의 공산군보급로 폭격을 요청하는「메시지」를 보냈으나 아직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고 공개했다.

<"사임" 대목서 울음을 삼켜>
그는 이어 격앙된 어조로 공산주의자들은 휴전직후인 1973년 5월「통레찬」기지를 공격했으나 미국은 벙어리·귀머거리가 되어 이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그의 사임연설이 있은 직후「사이공」을 수비하는 정부군에는 초비상 경계 령이 하달되었고 통금시간도 하오8시부터 상오7시까지 11시간으로 연장되었다.
그는 미국은 오직 협정서명을 받기 위해 자기에게 온갖 약속을 해 놓고는 이를 배신했다고 비난,『「키신저」같은 사람이 월남국민에게 참담한 운명을 안겨 줄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티우」대통령은 연설이 시작될 때 뭔가에 쫓기는 듯 불안한 모습으로 여러 차례 마치 눈물이라도 삼키려는 듯 했으며 좌우로 몸을 흔들곤 했다. 그리고는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시선을 가끔 시청자 쪽으로 돌리곤 했으나 그 시선에는 힘이 이미 사라져 있었다.
한편「트란·반·후옹」신임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국민과 군대가 일치 단결하여 싸움에 임해 줄 것을 호소하고『나라가 망하면 나의 시체 역시 월남군인들의 시체 옆에 놓여지게 될 것』이라고 비장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서방외교소식통들은 연로하고 병약한「후옹」대통령은 곧 물러날 것이며「트란·반·람」상원의장(62)이 대통령을 승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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