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탈선 백태③] 채동욱 의혹, 사생활 관리 실패 사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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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혼외자식 의혹으로 낙마한 채동욱(55) 전 검찰총장도 숨기고 싶은 검사의 사생활이 백일하에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채동욱 전 총장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 전 의원을 구속시킬 정도로 강골검사였다. 정 대표에 대한 영장 청를 두고 유인태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요즘 검찰이 간덩이가 부었잖아”라고 비아냥거리자 “우리 간은 건강합니다”라고 되받을 정도로 좌고우면하지 않는 수사검사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그도 결과적으로 ‘사생활 관리’에 실패해 불명예 사퇴했다. 채 전 총장은 최근 고교 동창이자 전직 대기업 임원인 이모(56) 씨를 통해 자신의 혼외자식으로 알려진 채모 군 계좌로 두 차례에 걸쳐 2억원을 입금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임모(55) 씨가 2010년 채 전 총장 집무실을 찾아가 “내가 부인이다”며 소란을 피운 직후 임씨 측에게 1억2천만 원을 송금했고, 지난해 8천만 원을 더 보내준 사실이 지난 2월 6일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채 전 총장이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 전 총장을 수사검사로서 아꼈다는 한 원로 법조인은 “혼외자식 의혹이 언론에 노출됐을 때 깨끗이 인정하고 사퇴했더라면 정치적으로 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라며 “자신의 자식을 부정했다는 ‘거짓말 논란’이 벌어지면서 윤리성에 치명적인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채 전 총장 사건은 66년의 한국검찰 역사에서 검사가 아무리 명검사로 이름을 떨쳤더라도 사생활이 투명하지 못할 경우 검찰조직에 얼마나 타격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로 남게 될 듯하다.

물론 검사들의 일탈과 사생활 추문은 1700여 명의 검사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에 검사들의 일탈이 특별히 늘어난 것도 아니다. 검사 출신인 김용원 변호사는 “예전에는 민원인들이 피해볼까 봐 눈감고 넘어가고 했으나 지금은 국민의식이 높아져서 검사 비리가 곧잘 터진다. 인터넷이나 SNS로 인해 노출이 잘되고 발각이 잘될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들의 일탈행위는 검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검사 조직 자체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뇌부도 ‘성추문 검사’, ‘뇌물 검사’, ‘해결사 검사’ 등 최근 일련의 사건에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올해부터 신규 임용 검사에게는 임관 이후 3개월까지 독자적인 검사 업무를 맡기지 않기로 했다. 대신 형사부 부부장검사 또는 경력 8년 이상의 선배검사가 지도검사를 맡아 수습검사의 자질과 품성, 윤리의식을 키우게 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도 검사들에 대해 ‘정신개조’에 가까운 의식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청렴·명예·공평무사·정의존중 등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철학과 목표의식을 담은 ‘검사도(檢事道)’를 정립해 신임검사부터 교육시킨다는 방침이다. 검찰 창립 66년 만의 첫 시도일 정도로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검사윤리강령 제19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금품, 금전상 이익, 향응이나 기타 경제적 편의를 제공받지 아니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과연 김진태 검찰총장 체제에서는 검사들이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검사도를 확립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올해 검사들의 기강확립 여부에 김진태 검찰총장의 연착륙 성공여부가 달렸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나권일 기자 naf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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