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젊다고 방심 말고 HPV 백신 접종으로 자궁 건강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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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택
관동의대 교수
(제일병원 부인종양학과)

3월 8일은 UN(국제연합)이 여성 권익향상을 위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 인권의 신장과 사회참여를 돕는데 의료기술의 발전은 큰 역할을 했다. 과거 여성의 건강을 해친 많은 질환의 예방과 치료가 이제는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의 예방과 치료 역시 의학기술 발달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HPV(인유두종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를 바탕으로 자궁경부암 진단기술이 보편화되고 예방 백신까지 개발됐다. 다른 암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자궁경부암 발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이유다.

그러나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증가 추세다. 최근 발표된 국가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5~29세 여성 10만 명 당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5년 전에 비해 16.1%, 30~34세는 11.4% 증가했다. 같은 시기 35~84세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감소한 것과는 반대다. 절대적인 암환자 수는 40세 이상 여성이 더 많지만, 젊은 여성에게 거의 발생하지 않던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최근 자궁경부암이 젊은 연령대에서 증가하는 까닭은 자궁경부암의 가장 주된 원인인 HPV 에 처음 감염되는 시기, 즉 첫 성접촉 연령대가 점차 어려지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HPV는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 주변 피부에 기생한다. 성 접촉, 피부 접촉을 통해 누구나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치유되지만 몇 년에 걸쳐 감염이 지속될 경우 암 전단계를 거쳐 암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는 20대 여성은 자궁경부암이 발생해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젊은이들의 HPV 감염이 문제인 것은 자궁경부암 때문만은 아니다. HPV 바이러스는 여성의 외음부암·질암, 그리고 남녀의 항문암, 생식기사마귀와 같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HPV 감염으로 인한 암은 예방접종과 꾸준한 정기검진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HPV 백신을 접종하면 자궁경부암·항문암·외음부암·질암과 같은 다양한 암과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는 주요 HPV 유형을 예방할 수 있다. 예방접종 후에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검진하는 것이 좋다. 또 HPV는 남녀 간 상호 전염되므로 남성도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성도 예방접종을 하면 항문암·생식기사마귀 등을 예방할 수 있고, 상대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무관심과 예방의 필요성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임경택 관동의대 교수(제일병원 부인종양학과)

임경택 관동의대 교수(제일병원 부인종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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