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시달리는 창경원 동물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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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화재관리국은 산하 창경원 동물원 당국의 반대에도 「밤 벚꽃놀이」 기간 동안 입장 수입을 올리고 입장객을 확산한다는 이유로 동물사를 오는 5월 20일까지 앞으로 한달 동안 일반에게 야간 공개토록 했다. 이 때문에 창경원 동물가족들은 밤 벚꽃놀이 수입의 「보너스」 관광물로 올라 밤잠도 잘 수 없는 「안면방해」의 새 공해에 시달리게 됐다. 이에 대해 동물원 당국과 동물학계는 『산란부조·신경과민 등 동물생육에 큰 지장이 있으며 지나친 동물학대의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창경원 동물사는 지금까지 동물들의 수면보호를 위해 야간공개가 제한돼왔으나 밤 벚꽃놀이가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이 같이 전래 없이 밤에도 공개키로 결정, 동물들은 하루 6만명씩 몰려드는 인파 속에 밤낮으로 시달리게 된 것.
이 때문에 수면부족으로 신경과민이 된 동물들은 입맛을 잃고 비실거리거나 발작적으로 날뛰다가 우리철망에 부닥쳐 상처를 입기도 해 처음부터 야간공개를 반대해온 사육사들은 안절부절-.
창경원 당국은 작년까지만 해도 동물들(1백70여종 8백여 마리)을 보호하기 위해 원내 정문 왼쪽에 자리잡고 있는 동물사의 통행을 일체 금지, 전등을 모두 끄고 사자우리 앞 등 일부분에 한해 통행을 터놓았었다. 그러나 올부터는 철책에서 5∼15m내다 쳐두던 접근금지 줄을 모두 거두고 벚꽃나무 등 수목에도 백열등을 밝히는 등 동물사를 모두 공개했다.
이 때문에 종전에는 하오 6시부터 일반의 통행이 제한되고 늦어도 하오 8시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던 우리 앞이 밤 10시 넘어 까지 인파로 북적대 동물들은 낮에는 물론 휴식을 취해야할 밤중에도 잠을 자지 못하는 등 괴로움을 겪고 있는 실정.
1만5천명의 상춘객이 몰린 18일 밤의 경우 상춘객 중 취객들은 공작·올빼미사 앞에 다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려고 돌을 던지거나 막대기로 쿡쿡 찌르고 있었으며 원숭이사 앞에서는 빵 부스러기를 던져주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일부 상춘객들은 동물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플래쉬」를 터뜨려 잠을 자던 독수리·부엉이 등이 놀라 후다닥거리기도 했다.
밤 벚꽃놀이 첫날인 지난 15일 밤에는 이 「플래쉬」 불빛에 놀라 식물원내에 있는 큰물새 집의 새들이 연쇄적으로 날뛰며 소란을 피워 지난해 10월에 완공된 물새 집 철사가 끊어졌으며 그 후 이 틈으로 천둥오리 등 4마리가 날아가기도 했다.
더구나 잠을 설친 곰·사자·호랑이 등 야수들은 아침부터 지친 듯 우리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던져주는 먹이에도 눈만 껌벅거리고 있을 뿐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오창영 사육1과장은 『동물사 야간공개로 동물들의 수태·산란·수명 등에 악영향이 우려되나 상부의 지시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올부터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병휘 동국대교수=흥행을 위해 동물들이 쉬어야 하는 밤에도 개방을 한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산란·수태 등에 커다란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신경과민 등 증세가 심하면 식욕이 떨어져 질병에 약한 체질이 된다. 곧 종전대로 출입을 금지해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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