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최후를 지켜본 외국인기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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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크메르」가 항복한 17일 수도「프놈펜」에는「크메르」국적의 외국 신문·통신기자들과 21명의 외국인특파원들이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AFP 2명, 「르·몽드」1명 등 「프랑스」기자가 9명, 「뉴요크·타임스」등 미국 기자가 5명, 「스웨덴」3명, 그리고「런던·선데이·타임스」, 서독, 일본, 「이탈리아」기자가 각각 1명이었다.
이들 용감한 기자들은「크메르」인 기자들과 함께 공포와 비극의 최후순간들을 생생하게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백기와 홍기를 흔들어 보이면서 시민들의 환호에 답하는 공산군병사들을 만재한「지프」들이 거리를 지나갈 때 미국인「프리랜서」사진기자「알·로코프」는 공산군「지프」지붕 위에 기어올라 거리의 표정을 포착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본공동통신의「프놈펜」주재「크메르」인 특파원 「코른·보른」기자는「롱·보레」수상과「사크·수트 사건」군 사령관 등 정부고위층의「프놈펜」탈출을 제일먼저 보도했다.
「보른」기자는 또한 중공제 소총을 휴대한 해방군 병사들이 자기와 일본「아사히」신문특파원인 또 다른「크메르」인 기자와 악수했다고 전하고 『우리는 당신네들을 미국인 제국주의자 및 반역자들로부터 해방시키러왔으며 이제 더 이상의 유혈은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프놈펜」과 외부세계간의 통신이 두절되기 직전「프놈펜」전신국에서「크메르」주재 AP기자들의 보도를 외부 세계에 중계하던 「크메르」인 AP기자「메안·레안」은 AP통신 「홍콩」지국에 마지막「메시지」를 타전했다.
『전신국에 혼자 남아있는 나는 모든 다른 AP기자들과의 접촉이 두절된 상태에 있다. 하오1시 현재 나와 접촉이 닿을 수 있는 기자는 1명의「크메르」인 뿐이며 나에게는 타전해야할 기사가 쌓여 있다.
이것이 나의 오늘의 마지막「메시지」일 것이며 아니면 영구히 더 보낼 수 없는 마지막 전문이 될 것이다.』
UPI기자들이 보내온「메시지」는 철수하기는커녕「카메라」1대와「필름」이 좀더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프놈펜」함락 하루전인 16일 그들은『모든 게 떨어져간다. 남은「필름」은 8통뿐이다. 보내줄 길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에게「필름」을 보낼 방법은 없었다.
「크메르」항복기사는 17일 낮12시32분 AFP통신「방콕」발 기사에 의해 전 세계에 처음으로 전해졌다.
이날 AFP통신은 태국주재「크메르」대사관 무관「핀·움」대령이『177일 상오7시(한국시간 상오9시)「크메르」공화국은 공산반군에 항복했다』고 말했다는 첫 기사를 타전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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