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불변…일 지방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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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 특파원】▲동경 도지사를 비롯한 17개도·도·부·현 지사 ▲「요꼬하마」(횡빈) 등 3개 시장 그리고 ▲44개 도·부·현 의원을 뽑는 일본의 통일지방선거는 선거이전의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채 대체로 현상을 유지, 표면상으로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승부로 끝났다.
이번 선거는 비록 지방자치제에 바탕을 둔 선거이기는 하나 실시지역이 거의 일본전역을 망라했기 때문에 ①보수여당과 혁신야당은 한결같이 이번 선거를 연내에 있을 중의원해산 선거의 전초전으로 규정, 당세 점검에 주력했으며 ②선거를 거치지 않고 성립된 「미끼」(삼목) 내각은 새 내각이 국민에게 신임을 묻는 기회로 간주, 다각적인 선거 전략을 펼쳤던 것이다.
특히 ③이미 8개 지방자치단체장에 혁신계가 진출, 보혁 역전의 교두보를 확보한 혁신 진영은 자민 퇴조「무드」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그 여세를 중의원선거에까지 몰아가자는 전략이었으며 이에 맞선 자민당은 퇴조「무드」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절대절명의 결전으로 간주, 대비해 왔던 것이다.
그 결과 지사·시장선거에서는 보수·혁신을 통틀어 현직 출마자가 전원 재선됐고 자민당은 현직자가 사퇴한 2개 지사를 혁신 및 무소속(중립)에 하나씩 빼앗기는데 그쳐 일단은 혁신「무드」의 확산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도·부·현 의회선거에서도 자민당은 1백48석을 잃었으나 보수계 무소속 2백43석이 증가, 실제 세력은 오히려 늘어난 데 비해 야당은 제2야당이었던 공산당이 제4당으로, 공명당이 4당에서 제2당으로 야당내부의 순위가 바뀌는 정도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선거전의 「하일라이트」였던 몇몇 지사선거전의 양상은 앞으로의 중앙정국동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주목을 끌고있다.
첫째 혁신진영에는 「미노베」(미농부량길)가 「이시하라」(석원신태낭)를 물리치고 동경도지사에 3선, 「구로다」(흑전)가 대판부지사로 재선되고 「가나까와」현에서도 승리, 인구 1∼3위의 큰 도·부·현을 독점, 총체적으로 전체 일본인구의 40%가 혁신자치단체 산하로 들어갔다.
「미노베」대 「이시하라」의 표 차는 불과 35만 표. 「미노베」지사는 지난번 선거당시의 일본선거사상 최대득표 3백61만 표에서 거의 1백만 표를 잃고 당시 2위와의 표차 1백68만 표가 크게 압축되어 「이시하라」가 선전한 결과로 나타났다.
「미노베」의 승리는 현직의 강점, 복지행정실적과 「이시하라」의 매파적 「이미지」 및 미지수의 행정역량 때문.
「이시하라」는 청중동원에서 이겼으나 이를 표로 연결하는데 실패했으며 남녀를 통틀어 젊은 세대의 지지율이 예상외로 낮았고 여성의 경우 모든 세대에서 지지율이 「미노베」에 미치지 못했다.
요컨대 「미노베」는 교묘하게 「이시하라」와의 정면격돌을 피함으로써 「이시하라」 「붐」을 막는데 성공, 간신히 자리를 보전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혁신진영은 수도 및 인접 2개 현 지사를 확보, 수도권에 만만치 않은 기반을 굳혔다.
대판부지사선거에서는 야당연합에 실패, 공산당이 단독 지원한 「구로다」가 자민 후보와 사회·공명·민사후보를 각각 물리쳐 승리, 처음으로 공산당 단독지원에 의한 지사가 출현했다.
승인은 사회당이 좌우파로 분열, 좌파가 「구로다」를 지지했기 때문.
이로써 혁신진영은 관동 및 관서의 중추지역을 석권한 셈인데 자민당이 혁신진영이 분열한 상태에서도 패배했다는 점은 정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번 선거결과는 균열상태의 혁신진영에 대한 비판과 함께 보수자민당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유권자의 날카로운 평형감각의 산물이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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