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 심한 날엔 물 10잔쯤 마셔야 중금속 배출·희석 효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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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호 22면

돼지고기가 스모그나 황사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 등 유해물질 해독에 도움이 될까? 황사가 밀려올 때 삼겹살을 먹는 것이 오랜 식습관이다. 중국·일본 등 황사 영향권에 있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중국발 먼지·황사 피해 줄이는 비결은

우리 국민은 황사 등의 먼지에 섞인 유해물질을 돼지고기가 제거·해독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광부와 교사가 퇴근 후 돼지고기 집을 즐겨 찾고 황사철에 삼겹살이 인기가 높은 것은 그래서다. 돼지고기와 황사의 관계를 연구한 가장 최근 연구는 2007년 한국식품연구원이 수행한 것이다. 연구팀은 중금속 등 유해물질 흡입 가능성이 높은 치과기공소·엔진부품 공장·가죽가공 공장 등 3개 작업장의 근로자 58명에게 6주간 돼지고기를 제공했다. 이들의 혈중 납 농도는 2%, 카드뮴 농도는 9% 감소했다(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 대비). 하지만 이 결과만으로 돼지고기가 중금속 배출을 돕는다는 결론을 내리긴 힘들다.

최근 온라인 공간에선 “돼지고기 등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 미세먼지에 든 지용성(脂溶性) 유해물질의 체내 흡수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지만 이도 근거가 부족하다. 동물실험에선 “지방 섭취가 많으면 미세먼지에 의한 염증 반응이 낮아진다”는 정반대의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미세먼지 제거 여부와는 상관없이 요즘 같이 춘곤증 등 나른해지는 봄에 돼지고기는 권할 만한 음식이다. 신체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 B1이 풍부해서다. 돼지고기를 마늘과 함께 먹으면 돼지고기의 비타민 B1과 마늘의 알리신(매운맛 성분)이 결합해 알리티아민이란 ‘피로 해소 물질’이 생성된다. 알리티아민은 ‘마늘 주사’와 ‘아로나민골드’의 주성분이다.

미세먼지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식품은 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심윤수 교수는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스모그나 황사의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 등이 더 쉽게 체내에 침투한다”며 “충분히 마시면 몸 안에 들어온 중금속이 희석될 뿐 아니라 일부는 소변ㆍ땀 등과 함께 체외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하루 8~10잔의 물을 의식적으로라도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한꺼번에 많은 물을 들이키기가 부담스럽다면 오미자차ㆍ결명자차ㆍ감초차ㆍ갈근차 등 허브차를 따끈하게 끓여 수시로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이뇨(利尿) 효과를 지닌 커피ㆍ콜라 등 카페인 함유 음료의 섭취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기관지가 말라 유해물질의 체내 유입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황사 등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양파ㆍ마늘ㆍ미역ㆍ다시마ㆍ클로렐라ㆍ녹차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진다. 납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의 체외 배출을 도울 것으로 기대해서다. 이들 식품은 모두 웰빙 식품이어서 먹어서 손해 볼 일은 없지만 중금속 배출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미역ㆍ김ㆍ다시마 등 해조류의 알긴산(식이섬유의 일종, 미끌미끌한 성분)과 녹차의 카테킨(떫은맛을 내는 항산화 성분), 채소·과일의 식이섬유엔 기대를 걸 만하다. 하지만 식품들의 중금속 해독 효과를 맹신해 황사 마스크 착용과 귀가 뒤 칫솔질, 손ㆍ얼굴 씻기, 보습제 바르기 등 개인 위생을 소홀히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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