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문화훈장」 받은 국악계 원로 박헌봉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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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악계의 원로로 40여 년을 국악의 전승과 발전을 위해 몸바쳐온 기산 박헌봉씨(69)가 지난 11일 금관문화훈장을 정부로부터 받았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예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로서 73년1월 제정되었으며 박옹은 조택원씨에 이어 2번째 수상자.
훈장을 받은 박옹은 돌보는 이 없이 소멸되어가고 있던 민요·판소리를 채집하고 국악기와 국악연주자료·문헌을 정리하여 민속음악의 이론과 실제를 정립하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 또 1960년에는 국악예술학교를 창설하여 후진을 길러내는데 힘을 기울여왔다.
『2천년동안이나 학교는 고사하고 체계조차 세워지지 않은 채 전해 내려온 국악을 위해서 학교를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하고 박옹은 국악예술학교의 창설을 스스로의 업적 제1호로 꼽았다.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궁중음악(아악·당악)만이 그나마 국악으로 인정되고 전통국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속음악(판소리·기악·민요·농악)과 탈춤·꼭둑각시놀이·창극·무용 등은 무시당하던 풍토는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박 옹의 굳은 신념.
몇 년 동안 지병인 수전병과 속병으로 앓아왔다는 그는 『양악의 교향악단은 만들면서 왜 국악관현악단은 안 두는가에 대해 역대 서울시장들에게 건의도 여러 번 했었지』하는 대목에서는 손의 떨림이 멎을 만큼 힘있는 목소리.
이제는 국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국악기 정리개량·국악개창운동(음악교과과정에 국악교육 포함) 등 그가 해오던 국악운동을 이을 후배들도 많이 나왔지만 『아직도 할 일이 태산 같은데…」하고 박옹은 못내 아쉬워했다. <차미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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