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위주의 주택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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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건축민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25평 이하의 서민용 단독주택은 건축허가 없이 시장·군수에의 신고만으로 지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 한다.
이 같은 방침은 아직 관계부처간의 협의를 모두 거치지는 않았으나 집을 지으려는 서민들에게는 우선 큰 부담의 하나를 덜게되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집을 지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건축허가에서 준공검사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민원절차가 까다롭기 그지없고, 그와 관련된 부조리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 이 때문에 말썽이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같은 계제에 내무부가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고 준공검사 대신 세무공무원의 실측조사로 위법시공을 가리며, 착공검사도 착공지도로 대체하는 등 민원처리절차를 크게 줄이겠다고 밝힌 것은 그것이 비록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더라도 행정을 민원자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의 표명으로 보아 환영할만한 일이다.
현행 건축법은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정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나 실제 운영면에서는 오히려 귀걸이·코걸이 식으로 관리들의 재량이 크게 개입됨으로써 입법정신이 제대로 살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건축허가에 있어서의 여러 까다로운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이 기준을 어기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며. 준공검사 때 위법이 적발되어도 엄격한 의법조치보다는 사후적으로 합법화되는 경우가 더 많았던 전례에 비추어. 민원자의 편의 위주로 발상을 한번쯤 바꾸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모든 행정이 아직도 안이한 행정편의 위주로 운영됨으로써 느끼는 국민의 불편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서민주택건설을 지원한다는 주택공사가 50억원씩 이윤을 내면서도 호화「아파트」건설 등 장삿속만 차리려는 마음가짐이나 집짓는 일보다 재정수입을 노린 땅 장사에 더 열을 올리는 듯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주택정책방향도 문제다.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실시되는 국세청의 자금출처조사나 금융기관의 주택자금지원정책도 서민들의 「집 한칸 마련」을 실질적으로 돕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모든 주택행정이나 정책방향이 민원자, 특히 서민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는한 주택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물론 실행 과정에서는 많은 애로요인이 없지 않을 것이다. 내무부가 제안했다는 건축허가제 폐지안만 해도 건설부가 주장하듯이 도시계획을 난맥에 빠뜨리게 할 우려가 없지 않다. 지금처럼 까다로운 규정에도 위법, 부실건물이 적지 않게 세워지고 있음을 보면, 건축법의 완화가 섣불리 다루어져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행정을 서민위주로 펴나가겠다는 원칙의 확립인 것이며. 이에 따른 집행상의 애로는 법이나 행정규정의 운용의 묘로써 능히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주택행정에 관한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관계부처간의 협의과정에서 충분히 토의됨으로써 서민주택문제의 해결에 획기적인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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