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건물로 드러난 경주사고 체육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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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10명의 사망자를 낸 경주마우나오션 리조트의 체육관은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지어진 건축물이었다. 체육관을 지탱하는 기둥, 지붕을 떠받치는 철 골조 모두 강도가 떨어지는 저급 자재가 쓰였다. 건축구조기술사는 설계 구조도면과 구조계산서를 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강구조물 제작업체가 안전을 확인한 관련 서류에 승인 도장을 찍었다.

경북경찰청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체육관은 시공 과정에서 주기둥과 앵커볼트를 연결한 뒤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 반죽)를 시공해 단단히 고정해야 함에도 시멘트로만 시공했다. 이 바람에 앵커볼트와 주기둥 하부 구조가 부실해 붕괴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설계와 관련해 건축구조기술사는 구조계산서 검토비 명목으로 강구조물 제작업체에게 매달 250만원을 받고 도장을 맡겨둔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사가 설계도면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 건축구조기술사의 확인을 받거나 협의해야 함에도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보조기둥 바닥의 볼트를 4개에서 2개로 변경한 사실도 확인했다.

국과수 감식 결과 주기둥 등 일부 자재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등 부실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공사는 공사 전반에 현장을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강구조물 시공을 하도급 줬다는 이유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리조트측의 안전관리도 낙제점이었다. 리조트측은 운동시설로 허가를 받아 강당용도로 전용하면서도 폭설에 따른 붕괴위험이나 다중이용시설의 사전 점검 등을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점검대상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허가 이후에 단 한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체육관 수용인원도 규정의 2배였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의 산출방식에 따르면 적정 수용한도가 약 260명임에도 사고 당시 537명이 들어갔다. 이 초과인원 수용은 소방법 등에 저촉된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또 이벤트사가 계약상 '공연중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진다'고 했음에도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행사 진행이 아닌 건물 붕괴에 따른 피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 리조트측의 과실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기로 했다. 시설물 관리자가 체육관 붕괴 위험을 알고도 방치해 사상자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또 체육관 정확한 붕괴원인을 규명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많은 눈을 치우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는지, 부실공사 탓이었는지에 따라 사법처리 범위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경북경찰청 배봉길 차장은 “구조물 자재업체, 제작업체, 구조기술사, 리조트 책임자 등을 철저히 조사해 리조트 붕괴에 책임이 드러난 관련자는 모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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