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에 눈뜬 식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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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황량한 국토를 다시 가꾸자는 마음이 전례 없이 부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마음들을 한데 묶어 계획성 있고 경제성도 있는 조림으로 승화시켜 보자는 의욕도 그 어느 때 보다도 커지고 있다.
해마다 닥치는 식목일이지만 올해만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좁은 국토를 넓히고 이를 생산적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반을 만드는 일은 조림의 특수성에 비추어 행정에서 큰 부분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국토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한 법적인 뒷받침은 미흡한대로 산림개발법·농지개발촉진법 등 일련의 입법이 마련되었다고는 하나 그의 행정적 운용은 아직도 극히 소극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음은 매우 안타깝다.
막대한 재정부담이나 장기적인 계획추진에서 정부의 여력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민간이라도 기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좀더 적극적으로 길을 넓혀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수종개량에 대한 뒷받침이 적어 재래품종의 대부분이 퇴화된 채 방치되고는 있으나 아직도 개간산지에 적합한 작물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예컨대 밤, 호두, 은행, 「페칸」 등 유실수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곡수들로서 영양가도 다른 곡류에 비해 훨씬 높아 식량대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수익성도 탁월하여 범 국민적으로 보급하기에 알맞은 수종들이다.
우리 국민의 절반이 이들 경제수를 한사람마다 10그루씩만 심는다해도 10년 뒤에는 우리의 국가예산규모를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조림은 이렇듯 개발과 수고의 일석이조를 거두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처럼 잊어버렸던 유휴 산지를 찾아 경제수종을 재배하고 농·목축지로 활용하는 것은 적극적인 국토확장을 의미하는 동시에 산업간의 불균형으로 좁히고 수입 대체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은 의심할 바 없다.
다만 조림을 경제성의 수준까지 끌고 가려면 무엇보다도 정부의 장기적이고도 확고한 계획의 수립과 인내심 있는 집행이 불가결함은 물론 다양한 국토개발계획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계획성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각 행정부처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산림개발이나 농경지개발, 새마을사업, 간척사업 등은 상호 연관성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될 경우의 낭비와 중복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종합적인 조정이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나무를 심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심은 나무를 가꾸는 일이다.
이조 때까지도 7억 입방m에 달했던 우리의 산림자원이 7천만 입방m로 황폐하게 된 것은 불과 수십년만의 일이었다. 이는 한마디로 나무를 가꾸는 우리의 마음이 메말랐다는 얘기가 되겠지만 공업화 노력을 집중적으로 펴나왔던 만큼의 열의를 이제부터는 우리의 자원을 소중하게 간직해나가는데 쏟아야겠다.
국민식수 기간 중에 맞는 식목일에 우리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나무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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