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박지에 새긴 옥중시 300여 편, 20주기 맞은 김남주 … 시집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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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80년대 대표적인 저항시인 김남주(1945~94·사진)의 문학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창비가 그의 20주기를 맞아 그의 시 518편을 모두 담은 『김남주 시전집』과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한 평론을 묶은 『김남주 문학의 세계』를 펴냈다.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그는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한 뒤 유신반대 운동에 앞장서다 투옥됐고,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민중문화운동에 참여한 그는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88년 석방될 때까지 10년여 옥중 생활을 했다.

 이번에 출간된 시선집에는 등단작인 ‘잿더미’와 ‘진혼가’등 초기작을 비롯, 옥중시와 출옥한 뒤 발표한 작품 등이 총망라됐다. 특히 300여 편에 달하는 옥중시는 그가 우유갑이나 담뱃갑 은박지에 촘촘히 새겨 쓴 것으로 면회 온 사람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시선집을 엮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김남주의 시는 상투적인 구호시와는 차원이 다른 예술성과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책의 출간을 기념해 28일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그의 삶과 문학을 추억하는 ‘김남주를 생각하는 밤’ 행사가 열린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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