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나쁨' 이라더니 … 외출하니 '미세먼지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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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발(發) 스모그 등의 영향으로 연일 미세먼지 오염이 극심하다. 하지만 환경당국의 미세먼지 예보 적중률은 떨어지고 지방자치단체의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5시 국립환경과학원은 “25일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약간 나쁨’으로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일평균 농도가 ㎥당 81~120㎍ 범위에 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25일 오전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70㎍을 웃돌았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의 평균값도 120㎍을 초과해 ‘나쁨(121~200㎍/㎥)’ 수준이었다. 환경과학원은 이날 오전 11시 “25일 미세먼지 농도는 제주권은 ‘보통’, 그 밖의 권역은 ‘나쁨’으로 예상된다”고 수정해 발표했다. 호흡기 환자나 노약자들이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했지만 시민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 오전 내내 오염된 공기에 노출됐다.

 예보가 빗나간 건 이날만이 아니다.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영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 예보를 처음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1일까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예보 적중률은 33.3%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 ‘약간 나쁨’ 이상의 미세먼지 농도가 총 63회 관측됐지만 예보가 맞은 것은 21회뿐이었다. 이처럼 예보 적중률이 낮은 건 환경과학원이 미국 기상 데이터를 쓰고 있는 데다 아직 경험이 짧은 탓이다. 환경부는 ‘보통’ 수준을 맞힌 것까지 포함한 전체 적중률은 69%라고 해명했지만 주 의원은 “환경 취약계층이 미세먼지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농도가 높을 때 예보가 정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마다 다른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경보 기준도 혼란을 부추겼다. 서울시는 초미세먼지의 1시간 평균 농도가 85㎍을 넘어 2시간 지속될 때 주의보를, 120㎍ 이상으로 2시간 지속될 때 경보를 내린다. 인천·경기도는 각각 120㎍, 250㎍이 2시간 지속될 때 주의보와 경보를 내린다. 이 때문에 24일 서울시는 정오에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경기도는 오후 1시에야 전역으로 확대 발령했다.

 환경부 정복영 기후대기정책과장은 “지난해 환경과학원이 경보제 시행 기준을 제시했는데 서울시만 엄격한 기준을 따로 정했다”며 “내년 1월 경보제가 정식 시행되면 발령기준이 통일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하늘길도 막혔다=25일 오전 2시 저시정(低視程) 경보가 내려진 서울 김포공항에서는 오후 1시까지 총 53편(도착 27편, 출발 26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2개 활주로의 가시거리가 각각 최소 175m, 550m는 돼야 항공기 착륙이 가능한데 오전 10시까지 120m 안팎에 머물렀다. 국내선 중심공항인 김포의 하늘길이 막히자 김해·제주 등 7개 지방 공항에서도 도미노 결항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오전 전국 8개 공항에서 국내선 총 105편이 결항됐다. 인천공항에서도 이날 오전 도착편 18편이 회항하고 20여 편의 출발이 지연됐다.

강찬수·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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