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공 교포와의 서신왕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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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거주 교포들로부터 간절한 망향의 사연들을 담은 편지들이 잇달아 날아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들은 저마다 고향 어딘가에 살아있을 가족들을 수소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하루 속히 고향의 날이 있기를 기다리는 애타는 호소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포는 고국에 돌아가기 위해 중공당국에 출국 신청을 내고 있으나 한국의 입국허가증 또는 앞으로의 생활 및 여비 등을 책임질 보증인을 찾지 못하여 아직까지 허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오늘날 중공은 우리에게는 거의 손이 닿을 수 없는 피안의 땅이나 다름없다. 6·25이래 적대국가로서 아직까지 한국과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공거주교포들의 애타는 호소에 접할 때 잊고 있던 그들 교포에 대한 뿌듯한 교포애가 별안간 다시금 솟아나는 것이다.
낮선 이국땅에서 고향의 가족·친척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하염없이 애절한 심정일 것이다. 같은 민족으로서 이들 교포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가급적 빨리 이들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협조하는 것은 그래서 인간성의 부름인 것이다.
얼마 전 중공과의 직접 서신왕래가 가능케 됨을 계기로 중앙일보가 솔선 이 같은 운동을 펴기로 한 것도 이러한 뜻에서였다.
그런데 최근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한적십자사에서도 그동안 이들 교포의 호소를 들어주기 위해 구체적인 조회자료를 가지고 연고자를 찾아내고 적십자국제위원회 중공적십자사 등과 교섭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민은 모두가 이 사업의 성공적인 결실을 위해 자진해서 협조할 것으로 믿는다.
물론 중공거주교포를 송환시키는 교섭이 말과 같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중공과는 국교가 없으므로 그 교섭에 있어서는 제3국을 통하거나 국적을 통해야하며, 또 그러한 교섭에 대해 중공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중공당국은 최근 재중공 교포가 고국에 보내는 편지를 허용해 온데다가 이들의 출국신청까지 받아주는 등 인도적인 편의를 계속 봐주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교섭은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또한 과거 중공거주교포 차 모씨가 송환된 선례가 있는가 하면, 한국과 중공은 서로 해 난 구조를 한 일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공은 비록 서로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달리하여 한 때는 서로 적대행위의 대상도 된 일이 있지만 인도주의문제에 관한 한 중공도 이 같은 피맺힌 동포애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지금의 제반정세로 보아 이러한 것이 바탕이 되어 한 중공 관계가 해방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물론 비약적인 논리다. 그렇지만 한국은 이미 6·25평화통일외교정책의 선언으로 와해 평등의 원칙하에 모든 국가에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으며 또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들 도 한국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바 있으므로 중공의 호응을 다시 한번 촉구해보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부언해야 할 것은 인도주의적인 문제에 대해서까지 피도 눈물도 없는 북괴의 태도 다. 이미 널리 알려진바 와 같이 한국은 오늘날 국교 관계도 없는 중공 및 소련 등과도 서신왕래를 트고 있지 아니한가. 그런데도 유독 북괴만은 아직도 같은 동포들끼리의 서신왕래는 물론, 이산가족을 찾아 주자는 남북적십자회담마저 거부하는 냉혈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괴의 반대화적 반민족적 처사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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