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안정으로 불황 극복가능"|미 미래학자「허먼·칸」본사기자와 단독「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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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72년 8월과 73년 11월에 한국을 돌아보고『한국은 향후 몇 년 동안 번영을 계속할 것이며 태평양 연안지역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던「허먼·칸」은 10일부터 2일간 세계경제전망과 주요상품의 수급전망 및 한국경제의 장래에 관한 세 차례에 걸친「세미나」를 갖기 위해 9일 밤 내한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공동초점으로 내한한 그는 10일 상오 무역협회주최로「세계주요상품의 수급전망」, 하오에는 한은 주최로「세계경제전망」, 11일에는 전경련과「한국경제전망」에 관한「세미나」를 갖는데 다음은 본지와의 단독「인터뷰」내용 전문이다. <편집자 주>

<석유가 점차 하락세>
-「이스라엘」을 거쳐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아는데 중동전과 석유문제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이스라엘」에서 6일간 머물렀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 4∼5월에 중동전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나도 50%선으로 중동전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군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능률적으로 돼 있지만「이스라엘」이 먼저 도발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미국의 지원 없이는「이스라엘」이 전쟁을 할 수 없고 만약「이스라엘」이 먼저 도발한다면 미국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이집트」측이 석유등의 문제로 먼저 도발할 가능성이 많다.
석유문제는 중동전이 재발하더라도 금수는 없을 것이고 상격은 점차 하락경향을 보일 것이다. 석유 가는 실질적으로 이미 떨어지고 있다.
현재 양이 많진 않으나 정부간 거래는「배럴」당 8「달러」50「센트」로 공시가격을 3「달러」정도 하회하는 가격으로 뒷거래되고 있다.
원유가 과잉상태에 있고 소비 국은 상당한 재고로 소비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고 가격으로 위축되고 대체자원이 개발되고 있는 데다 생산은 제한상태에서도 과잉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뒷거래가 성행하고 이는 가격하락을 촉진할 것이다.

<세계경제 계속 성장>
-2∼3년 전부터「스태그플테이션」, 석유를 비롯한 자원파동, 국제「인플레」의 촉진 등으로 세계경제는 격변을 겪었다. 현재 세계경제가 당면하고있는 불황은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 세계경제가 불투명하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계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당장 불황이 언제쯤 회복될는지는 꼬집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일본의 경우 금년 하반기말 4·4분기에 가서는 6∼7%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고 76년에는 고도성장을 보일 것이다.
미국도 이와 비슷하게 76년에는 정상적인 성장추세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 미국은 내년 선거와 때를 맞추어 불황감각을 상당히 없애갈 것이다.
-일부의 견해는 세계적인 불황이 강력한 지도력의 결여에서 온 것으로 보고 민주주의에 대한 반성론도 일고 있는데 세계경제위기와 관련,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고 보는가?

<미-불 지도력 강해>
반드시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프랑스」도 지도력이 강하고 미국은 약한 것 같지만 사실은 강하다. 2차대전 후 미국은 「트루먼」정부가 강력했고 그 외는 강력한 지도력이 별반 없었던 것 같이 돼 있다. 의회가 전국민을 대표하는 것 같이 돼있지만 일단 선출되고 나면「엘리트」의식을 갖고 주관대로 그 조직에 의해서 움직여 나가는 것 같다. 의회가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한국적인 민주주의>
-한국과 같은 입장에 있는 나라가 세계경제위기를 극복해가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가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는 한국이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안정이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서 잘 돼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세계적인 공황이 오지 않는 한, 잘 극복하리라고 본다. 세계적인 공황은 오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한국민주주의는 남-북 관계, 반 전쟁상태 등으로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적인 특별한 민주주의가 있어야한다.
2차 대전 이후 남미의 경우는 민주주의가 들락날락했고 동남아는 지지부진하며「아프리카」의 경우는 실패했다. 서구 민주주의는 약 2백년이나 걸려 이룩된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지식계급이 많고 문맹률이 적어야하는데 한국은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추고있어 잘 발전돼 갈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가을부터 일부 지식층에서 현 정권이 너무 강압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현 체제에 대한 비판도 일어나고 있다. 그와 대응해서 국민에게 의사를 묻는 투표가 실시된다….

<외국서도 투표거부>
국민투표의「보이코트」움직임은 특유한 것이 아니고 다른 후진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고 그 다음은「보이코트」가 유효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지식계급이 특히 많은데 지난 10년 동안의 경제성장과실이 그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데 기인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급변정세에 신축성>
-세계정세의 격동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나가야할 것인가?
여러 가지 제거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축성을 갖는 것이다. 이 점을 잘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2, 3년 전부터의 동·서 해빙「무드」가 최근 다시 경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한국의 남북관계, 동·서 해빙, 이 밖에 국제관계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북괴는 고립을 자초>
남북관계는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 컸다. 아직도 많은 긴장이 남아 있지만 7·4공동성명이후 성명전보다 긴장은 다소 줄었다고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약간 줄었다는 얘기다.
동서관계는 긴장이 많이 줄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한국은 긴장이 가장 적게 줄어든 곳이다. 전반적으로 세계관계는 정도는 미약하나 긴장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한국이 북쪽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북쪽은 세계적으로 더욱 고립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로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성장능력 보유>
-한국경제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은 초 강력한「리더십」으로 성장해왔다. 완전한 정부는 없고 어느 나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패가 있다. 한국은 강경한「리더십」아래서 가장 성장했고 이후에도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한국의 정책결정은 기민성이 있고 정치적으로 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이를 유지해간다면 개발도상국들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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