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선수권 획득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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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제22기 일본기원선수권에 도전한 한국의 조치훈(18)6단은 정상의 문턱에서 분패하고 말았다.
6일 일본기원회관 특별대국 실에서 두어진 도전 5번 승부 제5국에서 백을 든 조6단온 「사까다」9단(55)에게 2백63수의 격전 끝에 4집 반을 패했다.
제1, 2국을 연승한 다음 나머지 3국 중 한 판만 이기면 선수권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결국 세 판을 모두 져 아깝게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밤11시13분 열전 12시간43분이 끝나고 국후 검토에 들어갔을 때 조6단은 무표정하게 입을 굳게 다물었다. 주최측 기자가 논평을 요구해도『할 말이 없습니다』라고만 말했다.
밤12시가 지나고 간단한「파티」가 있었으나 조6단은 참석하는 둥 마는 둥 불꺼진 옆방에 혼자 들어가 울음을 터뜨렸다. 한국기자들과의「인터뷰」도 간단히 끝낸 조6단은 동행하겠다는 친구들의 소매도 뿌리치고 쓸쓸히 회관을 나섰다.
조6단은 기자들에게『역시 힘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5국을 통틀어 그렇게 좋은 바둑을 두지 못한 것이 유감입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새로운 결의를 다지듯 국후 소감을 말했다.
한편「사까다」9단은『지극히 어려운 바둑이었으나 간신히 승리로 가져갈 수 있어서 한숨 놓은 기분이다. 5번 승부 전체를 통해서는「컨디션」이 좋지 않아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제4국의 나쁜 바둑을 주운 것이 컸었다. 조 군의 실력은 정상급이다』고 말했다.
지난해「가또」8단의 도전을 받아 2연패후 대 역전 3연승을 거둔「사까다」9단은 2년 연속역전기록을 세웠다. 또「사까다」는 이번의 승리로 22기 동안의 일본기원선수권 중 12기를 차지했고 각 기전 총우승회수는 그의 나이와 같은 55회가 되었다.
「사까다」9단은 이번 조 6단의 도전을 방어, 상금3백만「엥」과 대국료 90만「엥」을 타게됐다. 원래 이 기원전의 상금은 1백만「엥」이지만 올해부터「천원전」으로 바뀌기 때문에 그 기념으로 2백만「엥」이 늘어난 것. 조 6단은 상금 20만「엥」과 대국 료 60만「엥」을 받는다. <관전 기 6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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