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엥」들은 「파리」를 싫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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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지엥」들은 「파리」를 싫어한다는 모양이다. 공기가 너무 탁하고 소음이 너무 많으며 거리에서의 안전이 보장돼있지 않다는 이유 등이다. 「파리」를 동경하는 많은 세계인들을 실망시킬 일이다.
어느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파리기엥」들은 흙을 밟으며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 제일 큰 소망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1푼의 학생까지도 휴가 때나 주말이면 모두가 교외나 시골로 나가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미어질 지경.
하기휴가 2개월, 「크리스머스」휴가 2주일, 그리고 무슨 무슨 휴가 등으로 「파리지엥」들은 1년 중 적어도 4개월은 휴가를 갖기 때문에 흙에 대한 향수는 어느 정도 해소되는 셈이다.
그래도 「파리지엥」들은 「파리」를 싫어한다. 최근 IFOP(「프랑스」여론조사 연구소) 는 「파리」시민 중 「파리」에 계속 살고 싶다는 사람은 불과 5%밖에 안 된다는 충격적 사실을 발표했다. 그리고 「시골에서 살고싶다」가 44%, 「교외에서 살겠다」가 43%, 「외국에 가 살겠다」가 6%, 「파리」는 꼴찌를 차지해서 「파리」시민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고있다.
「파리」시민들의 무엇보다도 큰 불평은 이 도시를 관리할 시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중심도시인 「파리」에 시장이 없다는 사실을 외국인들은 잘 모른다. 그러나 「파리」에는 오늘의 「파리」를 만든 19세기의 유명한 시장 「오스만」남작 이후 1세기 동안 시장이 없었다.
「파리」는 「프랑스」대혁명과 「파리·코뮌」의 발상지로 언제나 반국가적이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 시장 일을 누가 맡아보는가?
「파리」경관총감이 시장인 셈이다.
경찰이 일을 맡으니 도시관리가 멍들 수밖에-.
그래서 「지스카르」대통령은 지난23일 「파리」시 규정을 개정, 시장을 「파리」에 두기로 했다. 이 안은 오는 3월 의회의 통과를 보아야만 하는데 무시장 수도로 방치(?)됐던 「파리」에 일꾼을 돌려주자는 것을 반대할 선량은 없을 듯하다는 전망. 시장이 새로 생긴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파리」가 전원도시로 변할 리야 없지만 「파리」가 잃어버렸던 시장을 1백년만에 되찾게 된 것은 「파리」뿐만 아니라 전 「프랑스」인이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파리=주섭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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