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체육관 건축비가 3.3㎡당 38만원 … 부실시공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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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밤 무너져내린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샌드위치패널 건물이 종이를 뭉쳐놓은 것처럼 붕괴돼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7일 일어난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부실시공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체육관 공사비가 지나치게 적은 것으로 확인돼서다.

 23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마우나오션리조트는 바닥면적 1205㎡인 체육관을 1억4000만원에 짓기로 2009년 포항의 S업체와 계약했다. 3.3㎡(1평)당 건축비가 약 38만원이었다. 경찰은 “샌드위치패널 건물 건축비는 이보다 두 배가량인 게 정상”이라며 “지나치게 낮은 단가에 공사를 따낸 시공업체가 값싼 부실 자재를 사용한 것이 사고 원인 중 하나가 아닌지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고 밝혔다.

 본지가 울산 지역 샌드위치패널 전문업체 두 곳에 견적을 받아본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우나오션리조트가 지불한 1억4000만원의 두 배가량이 나왔다. 울산의 U업체, W업체 대표가 2009년 당시 단가 기준으로 낸 견적이 이랬다. 이들은 ▶토목공사비 ▶철골자재비 ▶샌드위치패널 값에 인건비와 전기·유리창 공사를 더해 2억8232만원을 제시했다. 평당 77만원꼴이었다. 철골자재비만 해도 1억6425만원이 필요했다. 견적을 내는 데 참여한 A씨(56)는 “1억4000만원은 원가에 못 미쳐 손해를 한참 볼 금액”이라며 “어떻게 이 값에 공사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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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시공을 한 S사와 건축 자재를 납품한 경북의 E사를 상대로 부실시공과 규격 미달 자재 납품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본지는 시공이 설계대로 이뤄졌는지, 자재는 규격품을 썼는지 확인하기 위해 체육관 공사 감리 담당자에게 전화했으나 “미안하다. 나중에 얘기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시공업체인 포항 S사 책임자는 아예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실시공 의혹은 지난 19일 이뤄진 전문가 현장진단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박영석(61·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한국강구조학회장 등 전문가 5명은 붕괴 현장에서 볼트 구멍 4개가 나 있음에도 실제 볼트는 2개만 사용한 곳 등을 찾아냈다. 지붕의 뼈대인 ‘보’와 샌드위치패널을 연결하는 부분이다. 또 현장점검 당시 박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지붕 무게를 버티는 보들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휘기는 힘들다”며 “제대로 된 강철을 쓴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부실 자재 사용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본지 2월 20일자 5면>

 경찰은 부실 기자재 사용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무너진 체육관에서 자재 샘플을 떼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강도 및 재질 분석을 의뢰했다. 25일에는 한국강구조학회 전문가와 국과수 연구원이 다시 한번 현장을 세세히 살피기로 했다.

 경찰은 체육관을 시공한 S업체가 리조트 측으로부터 추후 다른 공사 수주를 약속받고 체육관을 싼값에 짓기로 받아들인 것인지도 확인 중이다. 경찰 측은 “나중에 공사를 또 주겠다는 약속 때문에 부실시공이 이뤄졌다면 리조트 측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홍권삼·김윤호 기자, 울산=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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