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당론 결정하기까지 신민 정무회의 지상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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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은 30일 4시간의 격론 끝에 국민 투표를 전면 거부하기로 당론을 결정했다. 새로운 형태 진전이 있으면 재론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은 결정이다. 그렇긴 하지만 그 단서가 당내 신중론에 대한 무마용이란 점에서 거부 당론은 최종적인 것으로 봐야한다.
정무·지도위원 합동회의는 구체적 거부운동 방법을 정하지는 못했으나 각 지역에서의 강연·좌담 및 지역구에서 국민들에게 주지시키는 활동이 포함된다는게 이택돈 대변인의 설명이다.
문제는 현행 국민투표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등 수많은 법적 제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
법무부의 공식해석이 어떻든 간에 현행 국민투표법으로도 국민투표대상에 대한 반대 운동이 아닌 투표자체에 대한 거부운동은 합법적이라는게 신민당의 공식 입장.
그렇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법의 저촉 여무에 불구하고 활동하게 될 것이라는게 이 대변인의 전망이나 당내에는 비합법 투쟁에 대한 저항이 적지 않다. 합헌·합법 투쟁을 목적으로 한 정당이 아무리 악법이라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반칙을 해서는 칼자루를 잡은 쪽의 반칙을 유도하게 된다는 우려다.
『제 1야당으로서의 신민당의 명맥은 유지해야한다』(L중진)
『대부분의 의원들은 신상에 대해 내심 불안감을 갖고있다. 이런 의원들의 사기를 지도자는 생각해야 한다』(K중진).
『이 체제가 계속되는 한 금고이상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집행이 끝나도 6년간은 피선거권이 없다』(K의원)
『이렇게 나가다가는 국민 투표 후가 불안하다』(R의원)
이런 걱정이 깔려있기 때문에 법 테두리에 구애하지 않는 투쟁을 하게 될 때 야당이 단결된 행동을 하게될지가 의문이다.
김 총재도 이러한 당내 실정을 감안해서인지 국민투표 반대 운동이 명백한 개헌 추진 시도지부 현판식 개최에 대해선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신민 당내의 이러한 기류는 거부 당론을 결정한 합동회의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이회의에선 참석자의 약 과반수인 13명의 정무위원과 4명의 지도위원이 발언했다.
모든 발언자가 현행 제도와 법 아래서는 국민 투표가 무의미 하므로 결국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데는 별 이론이 없다.
그러나 즉시 거부 방침을 정하고 거부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즉시 거부론과 법 개정 요구·대화 등 선행 활동을 한 뒤 거부를 해도 늦지 않는다는 조건부론으로 논란을 벌였다. 발언자 중 김 총재를 포함한 6명이 즉시거부를, 11명이 조건부 거부론을 폈다.
당내 범주류 중 고흥문계와 이철승계·화요구·신도환계 등 비주류가 조건부 거부입장에 섰다.
즉각 거부론자들은 법리론·정치적 이유·그동안 신민당이 취한 태도 등을 이유로 들었다. 법 이론적으로 현행 헌법상 국민투표 대상인 「국가 중요정책」의 범주에는 현행 헌법 찬·반이나 대통령 신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더우기 찬·반 토론·정당감시기능이 배제된 현행 국민투표법·장관 위법과 언론탄압·민주인사 선행·구금이 계속되는 분위기에서의 국민 투표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나는 주장이다. 또 국민투표 발표 후 야당의 법 개정 요구와 임시의 국회소집요청에 대한 여당의 무성의한 반응으로 봐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조건부 거부 주장은 제1야당으로서는 여당의 완강한 태도가 명백하더라도 법개정·국회소집요구와 대여대화를 진지하게 추진해보고 안될 때 최종태도를 정하는게 정도란 얘기다. 그래야만 거부를 해도 명분이 서도 국민에게도 호소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은 국민투표과정과 이후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 『국민투표안이 가결되면 정부는 최대의 강경책을 쓸 터인데 결과에 대한 불승복을 전제로 하는 투표거부는 지금 이상의 각오를 한 뒤 택해야 한다.』(J중진)
『거부할 경우와 적극 참여해서 반대할 경우의 득실을 고려해야 한다.』(K·L중진)
숫적으로는 조건부 거부론이 많았으나 재야세력과 다른 정당이 이미 방침을 정했다는 상황과 야당으로서 선행조치를 이미 취해보았다는 사실에다 김 총재의 완강한 거부주장이 겹쳐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야당이 거부당론을 정함에 따라 여당 측의 완강한 태도와 함께 국민 투표에 관한 정치의 폭은 사라졌다고 봐야한다. 신민당은 거부운동이 합법이라는 입장이지만 법무부의 공식해석은 국민투표법에 저촉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의 거부운동은 강력히 저지될게 틀림없다.
이로 인한 정국의 경화와 대치 또한 분명하다. 국론 분열을 박기 위해 실시하는 국민 투표가 여당과 재야의 거부로 국론 분열의 여지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 이때 정부가 국론분열의 여지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국민 투표 후의 정국의 기상을 좌우할 것이다.<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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