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관·민투자 청사진|경상북도|옛것과 새것의 건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언젠가 통일이 되고 나면 우리에게도 『민족의 고향』이 필요해질 것이다.
일본인들이 경도를, 「프랑스」인들이 「파리」를 학생들의 첫 수학여행지로 삼듯이 우리도 그와 같은 『민족적 향수의 원천』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경주종합개발사업에 지난해의 40억 원에 이어 올해도 47억1천7백여 만원을 쓸어 넣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단순히 관광수입을 올리자는 목적뿐이라면 이처럼 방대한 돈을 들이고 금싸라기 같은 외자2천5백만 「달러」를 길 닦고 「호텔」짓는 일에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부는 올해 47억여 원을 경주에 쏟아 붓는다. 그 결과 13·6km의 도로가 포장되고 관광「센터」와 「호텔」·학교 등 각종 시설이 즐비하게 서게 된다.
이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경주는 먼 훗날 「민족의 고향」을 순예하러 오는 관북·관서지방의 겨레들에게 충분한 숙박시설과 교통편의를 제공해줄 것이다.
물론 이들 순례자가 불국사 코앞에 우뚝 솟은 「시멘트」 범벅의 「호텔」·관광「센터」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가는 별문제다.
경주종합개발이 복고적 투자라면 포항항만개발사업은 미래지향적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도합 91억여 원을 들여 포항항의 연간하역 능력을 현재의 9백50만t에서 2천5백만t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년 중에 내항안벽 2백20m, 외항안벽하부 2백60m, 방파제 6백m를 축조하고 호안 6백25m를 만든다. 그리고 부두 길이도 현재의 2천6백63m에서 2천9백70m로 늘린다.
이로써 포항은 종합제철 및 이와 관련된 중공업의 요람으로 웅비할 터전을 마련하게된 셈이다.
포항에 대단위 중공업기지를 건설할 경우 가장 큰 애로점은 물 부족. 형산강이 있기는 하지만 결코 넉넉한 편은 못된다.
그래서 정부는 영천과 안계에 보를 만들어 76년부터는 연2백60만t의 물을 추가 공급토록 조치했다.
한편 정부는 감포일대에 조선 등 공업단지를 일으키기로 결정, 올해 24억5천1백만 원을 투입한다. 이 돈으로 우선 물 양장 4백24m와 방파제 6백8m를 건설하는 것이다.
경북은 포항일대의 제철·중공업기지 외에 대구를 중심으로한 섬유공업과 구미전자공단도 갖고있다.
따라서 경제지도를 그릴경우 경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에 이어 두 번째이며 인구로 따져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결국 불황의 주름살도 그만큼 클 것이라는 얘기와 통한다. 실제로 대구일대의 섬유공업부문은 이미 「그로기」상태에 빠져있으며 정부의 시급한 구호대책이 요청되고있다.
경북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심술강」으로 불리는 낙동강 치수문제.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동에다 대단위 「댐」을 만들기로 했으나 재원관계로 올해에도 본격적인 착공은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우선 다급한 상수도 설비는 늘리도록 조치해서 대구에 3억5천만 원, 예천에 3천만 원씩을 지원키로 했다.
이 공사가 끝나면 대구는 하루 12만t, 예천은 3천t을 추가 공급받게 되는 것이다.
경북의 북동부와 서부지역은 태백·소백산맥이 내리 뻗은 산악지대. 그래서 도로망도 미비한데다 포장된 길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시간거리로 마지면 영주∼대구가 대구∼서울과 맞먹고 죽변∼대구는 대구∼서울의 3배가되는 기현상을 빚었다. 이것은 서부지역의 문경·예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는 이와 같은 점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총32억 원을 들여 상주∼청주간 1백1km를 포장하는 한편 점촌∼예천∼안동∼영양∼영덕간 1백29km도 44억7천5백만 원을 투입, 완전 포장토록 했다.
따라서 이번 가을께부터는 「시멘트」문화와 신라의 슬기가 묘한 「앙상블」을 이룬 경주를 비롯 공민왕이 몽진했던 안동이나 퇴계의 마음을 거울같이 해주던 태백산의 영기, 그리고 영덕의 싱싱한 게맛을 「아스팔트」따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