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최근 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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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의 신화사 통신은 18일 최근 중공 당중앙위 전원 회의에 뒤이어 10여 년만에 열린 제4기 인민 대표 대회에 관한 「코뮤니케」를 발표함과 더불어 두 가지 주목할 만한 결정이 있었음을 알리고 있다.
그 하나는 중공 헌법을 개정한 것이며, 또 하나는 당과 정권의 중요 인사이동을 단행한 것이다.
개정된 헌법의 내용은 「70년 초안」에서 「임표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서 1954년 9월에 공포된 현행 『인민민주주의 헌법』을 『「프롤레타리아」 계급 독재의 사회주의 헌법』으로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이로써 1949년 중국 전토를 장악한 이래 처음으로 명문상 모택동 주의와 그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중요 인사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문화혁명 때 유소기와 함께 수정주의 반당 분자로 매도되었던 등소평을 73년4월 부수상으로 등용한 데 뒤이어 이번엔 당부주석 겸 정치국 상임위원으로 완전 복권시킨 것이다.
또 임표 사망이래 공석 중이던 국방상에 섭검영을 임명하는 한편 그밖에 인민 대표 대회 상임위원과 부수상 등 국무원(내각)명단을 확정,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중공 정치 동향은 중공 정치 권력 기구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당과 정권의 재건·정비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전세계의 주목거리라 하겠다.
중공은 65년 이후의 문화대혁명, 그리고 73년 9월 십전 대회 이후의 비림 비공 운동과 더불어 당과 정권이 서로 사분 오열 상태에 빠져 있었다. 문혁파 대 실권파, 교조주의파 대수정주의파, 온건파 대 좌파, 그밖에 복권파, 군인파 등 분화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때 모택동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임표가 사망한 이래 그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제4기 인민 대표자 대회 이후에도 모의 후계자는 지명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신 헌법에서는 『국가원수와 전군의 최고 통수는 모택동』이라 규정, 모의 주도권만을 절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등소평의 등장은 더 한층 관심의 초점이라 할 수 있다. 등소평은 이미 병상에 있는 주은래에 대신하여 수상 직무 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쌓아 온 당 또는 군 경력으로 보아 그는 당을 재건하는데 있어서나 각 분파간의 연계 작용을 하는데 있어서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만약 주은래가 수상직을 내놓으면 등소평이 그것을 승계할 개연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그가 모택동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는 속단할 수 없으며 그 역시 73세의 고령이므로 그 권력 역시 잠정적인 것이 아닐까 한다.
등소평의 등장은 곧 복권파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상대적으로 문혁파의 견제를 의미한다. 작년 말까지 문혁 때 비난받았던 중공 간부 90%가 복권했으며 이 복권에는 주은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소평과 섭검영의 등장은 곧 현 주은래 노선의 계승을 의미할 것이며 이점 중공의 대내외 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중공의 권력 구조 변동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것 역시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중공 관계의 개선이 더욱 촉진될 가능성을 현 단계에서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1월말 「키신저」의 방중에 이어서 금년 중에는 「포드」미 대통령의 방중도 예정되었다.
미·중공 관계가 만약 개선되면 어떤 형태로는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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