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연말경기…백화점만 붐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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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년 같으면 10일께부터 시장 도매상가에서 서서히 일어나 20일게 들면 백화점에 밀려오던 「크리스머스」·연말경기가 올해에는 겹친 불황을 반영, 이상감각을 보이고있다. 「12·7조치」이후 고소득층이 일종의 「비축성 소비지출」을 크게 늘리는 바람에 백화점 쪽은 연말대목과는 관계없이 일찌감치 붐빈 반면 서민들을 고객으로 하는 시장상황은 20일이 되어도 경기가 없이 한산하기 짝이 없다.
전국을 상대로 각종 옷가지 도매를 하는 남대문시장 대도상가의 경우 예년에는 이맘 때 쯤이면 매상액이 평시의 3∼5배 가량은 늘게 마련인데 올해에는 30∼50% 정도 늘어났을 뿐이라고 울상이다.
아동복의 경우는 「어른용품을 파는 상점보다는 나은 편이지만」(미영상회 주인 김미영씨의 말) 앞으로 남은 열흘동안만이라도 예년의 대목경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평화시장에서 생산공장과 직매점을 함께 운영하는 김준섭씨(40)는 지난 7월 종업원 16명 가운데 7명을 해고했다가 연말대목을 내다보고 12월초에 다시 고용했던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생산량을 배로 늘렸는데 사가려는 사람은 별로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그래도 붐비는 곳은 싸전과 청과물상회.
이와 같은 품목은 백화점에서 취급하지 않거나 값에 큰 차이가 있어서 고객이 시장 쪽으로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밖에 가격면에서 계속 강세를 보이고있는 설탕·조미료도 고객이 몰리는 편에 속하지만 설탕은 백화점안의 직매점에 비해 3백∼5백50원의 웃돈을 얹어 주고도 물건을 구하기가 힘들다.
시장과는 달리 백화점가는 전례 없는 호경기를 누리고있다.
신세계·미도파·「코스모스」등 큰 백화점에는 12·7조치이후 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한 환물「쇼핑」이 「붐」을 이루어 신세계의 경우 매장을 찾는 고객이 평일의 2만∼3만명에서 8만∼9만명으로 3∼4배가 늘었고 1일 매상액도 2천∼3천만원에서 7천∼8천만원으로 늘었다.
백화점가에서는 올해 처음 지급되는 약1백80억원 규모의 공무원「보너스」와 각 기업체의 「보너스」가 풀리는 21일 이후부터 이 같은 「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고 특매기간실정·고객전용「버스」운행·사은권 증정 등 각종 「서비스」행사를 마련하는 등 치열한 고객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연말경기의 특징은 설탕·조미료·의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
백화점업계는 지난 10일 전후로 시작된 이번 특매기간 중 작년의 추정 매상액 45억원보다 80%가 늘어난 약 80억원이 백화점 쪽에 뿌려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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