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다난′74년…목격자가 본 사건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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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격변의 한 해가 또 저문다.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던 1974년. 8·15저격사건에서부터 밀수 보석 사건과 대왕「코너」화재 참사에 이르기까지 숱한 회오리를 몰고 왔던 사건들. 꼬리를 물고 잇달았던 사건의 소용돌이를 마수처럼 지켜본 목격자와 주역들의 입을 통해 지난 한해의 사건들이 우리주변에 길이 남기고 간 교훈을 되새겨 본다.
『땅 땅 땅··.』희대의「카빈」강도흉악범 이종대(40·인천시 주안동 산28)와 문도석(33·인천시 부평동 413)이 범행에 사용한 바로 그「카빈」을 쏘아 욕된 삶을 청산한지도 4개월 여-.그들은 이미 저승에 갔지만 그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행각과 동반자살의 잔혹한 종말은 아직도 개운치 않고 그들이 헤집어 펼쳐놓고 간 이사회의 생채기 도한 아물기엔 너무나 크게 남아있다.
『지문채취 열심히 해보슈.』끝내는 꼬리조차 잡을 줄 모르는 무능한 경찰수사력을 조롱하며 상명국교 수위 김영근씨(당시 54세) 납치강도(72년 7월 27일)를「스타트」로 국민은행 아현지점 이정수씨(당시 34세)사건 (동년 9월 12일) 구로공단 한국「후꾸리꾸」봉급강탈사건(작년 8월 25일)까지 만1년간을 거침없이 내달은 그들의 범죄행각은 분명 범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을 무법.
비상경계망 속에서도 관용차에 경찰복으로 위장까지 해가며 대낮 은행주변을 노려 거침없이 개머리판 없는「카빈」을 쏴대고 쏜살같이 사라진 범죄행각은 서부「갱」극을 방불케 하는 희화적이었던 것. 그들이 남긴 쪽지대로 그들의 이「스피드」범죄 앞에서는 경찰은 헛 다리만 짚고 꼬리조차 잡지 못하는 등 마치 수사력을 시험이나 하듯 오리무중의 행각을 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2년 동안 연3만 명의 수사 경찰망을 빠져나간 그들이었지만 결국은 제4의 범행길이 화근(?)이 되어 엉뚱한 시골「택시」운전사에게 꼬리를 밟히고 말았다.
오산의 경기1바8013호「택시」운전사 송광면씨(34). 이들의 꼬리가 잡힌 7월 25일 상오 4시20분께 송씨는 여느 때처럼 새벽 기차손님을 태우러 오산역에 대기 중이었다.
그러나 다가선 첫 손님은 열차여객이 아닌 등산복 차림의 수원행 시의 전세손님. 바로 문도석은 송씨에게 걸려들었다. 꼭두새벽의 전세요구, 도중인 세마대 고개에서 실을 물건이 있다는 부연, 게다가 그의 팔에 들려져 있는 알 수 없는「비닐」가방 등등. 첫 눈에 수상한 낌새를 차린 이들을 보고 송씨는 곧바로 오산지서 박승흠 순경(35) 에 연락, 문도석은 그만 엉겁결에 그의 주민등록번호 130303-104757을 내보여주었다. 이가 바로 72년, 73년 2년 동안「카빈」을 휘두른 두 흉악범 중의 문도석.
『혹시 사람 드문 첫새벽에「택시」강도나 당하지 않나, 만일에 대비해 신고한 것이 그런 끔찍한 범인들이었을 줄이야….』운전사 송씨는 그때 세마대 고개로 박 순경과 함께 갔다가 느닷없이「카빈」총을 쏴대는 바람에 죽는 줄만 알았다며 지금도 아찔해했다.
어쨌든 두 흉악범은 운전사 송씨의 우연한 신고로 끔찍한 악의 행로서 도중하차했지만 시종 헛 다리만 깊고 자결직전 범인들의 입에 매달려 겨우 2년 동안의「미스터리」를 푼 경찰수사력 외에도 많은 충격과 생각할 점을 이 사건은 남겼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어느 때보다 많은 인명피해를 결과한 것. 사건 때문에 심장병을 얻은 상명국교 수위의 사망, 피살된 이정수씨, 최덕현씨(43·제4범행에 동원하기 위한 서울1다5126호 자가용운전사), 문의 장남, 이의 아내·두 아들이 비명에 갔고 이정수씨 사건 때의 행인과 한국「후꾸리꾸」경리사원 전기호씨(27)가 총상을 입는 등 7명이 죽고 2명이 부상.
게다가 범인들 자신을 포함, 파괴된 가정이 모두 다섯 집. 문과 이가 모두 계모슬하 등 불우한 소년시절을 보내고 마침내는 전과자로서 사회에 설 땅마저 잃었었다는 점에서 불우한 밑바닥인생의 외면 등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엄청난 이번 비극간에 부인키 힘든 함수관계가 있는 지도 모른다.
문과 이가 자신들의 죄를 청산하는 마당에서도『사랑하는 자식들에게까지 고생시킬 수 없다』고 어린것들을 데리고 동반자살한 잔혹성도 어찌 보면 잔혹하다고만 나무랄 수 없는 개운찮은 뒷맛을 두고두고 남겼다.
『태양 너 영리하고, 큰 별 너 착한 것. 저 세상 가 우리 집 마련해 호화롭게 살자-』이는 이렇게 죽어가며 푸념했지만 철없는 어린것 가슴에까지 총 부리를 대 누구의 손도 닿지 못하게 사회에의 유리를 택한 그들의 잔인성에 모두들 몸을 떨게 한 것.『살인강도의 처자식이 살아봤자…』하는 강력한 자포자기와 반사회 의식의 마지막 발로였겠지만 그들의 자식이 설 땅이 없다고 비친 오늘의 이사회도 결국은 씁쓸한 뒷맛을 가시기 힘들지도 모른다.

<주원상·정연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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