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우리의 현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2·7조처」로 가장 피해를 본 계층이 근로봉급자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이다. 「인플레」 시기엔 중산층이 몰락하기 마련이다. 환율과 각종 공공요금·석유값의 대폭 인상으로 근로자 가계는 일제히 적자권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정치적·사회적 안정을 위해선 중산층의 보호 육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때문에 외국에선 중산층 재산 형성에 금융·세제·행정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지원 노력은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12·7조처」를 계기로 한국 중산층의 현황과 외국의 중산층 재산 형성 지원 시책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12·7조치」계기로 공업화와 더불어 중산층의 근간은 역시 근로봉급자가 차지하게 된다.
정부 통계에서 나타난 74년 6월말 현재 우리 나라의 근로자수는 4백81만명으로 전 취업자의 36.6%를 차지하고 있다. 취업자 중 절반 이상을 점하는 농업 부문 취업자를 빼면 근로자의 비중은 절대적이라 볼 수 있다. 미 일의 경우는 근로자가 총 취업자의 70∼90%에 달하고 있다.
근로자 비중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분배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피용자 보수 비중은 71년의 39.0%에서 72년 38.8%, 73년 37.3%로 줄어들고 있다.
73년 한햇 동안에도 국민소득은 26.4%늘어난 데 비해 피용자 보수는 21.3%증가에 그쳤다. 성장 혜택이 근로자에게 흡족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 가계 수지를 보더라도 소득 증가가 「인플레」에 못 미치고 있으며 따라서 근로자 재산 형성이 비참할 정도로 부진하다.
74년 3·4분기의 도시 근로자 가계 수지의 월평균 총소득은 5만9백90원으로 70년 평균에 비해 60.4% 늘어났다. 그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도매 물가는 90.7%가 올랐다. 앞으로 소득이 크게 오를 전망은 없는데 비해 물가는 광란할 것이므로 근로자 가계가 더 압박을 받을 것은 뻔하다.
금년 2·4분기 중 근로자의 한달 평균 소득이 5만9백90원, 지출이 4만6천7백20원으로 4천2백60원의 흑자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5만9백90원의 수입으로 5.2명의 가족을 가진 가계가 4천2백60원의 흑자를 냈다는 정부 통계부터 믿을 수가 없지만 설혹 이를 믿는다 해도 한달 4천2백원의 흑자로선 근로자 재산 형성이란 기대할 수가 없다 재산 형성은 커녕 그달 그달의 가계를 꾸려 나가기도 힘든 형편이다.
기본 생활의 보장과 교육·의료의 혜택은 영원한 꿈이다.
그 동안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고 취한 「8·3」·「1·14」 등의 긴급조치도 결과적으로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근로자의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너무 낮다는데 있다. 4백만명이 넘는 우리나라 봉급소득자 중 월5만원 이상은 24.9%에 불과하다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10만원 이상은 11.5%에 불과하다.
도시에서 10만원의 가계 수입이 있다 해도 그 생활 수준이 뻔한데 그것마저 11.5%에 불과하니 도시 중산층이 형성될 수 없는 풍토라 볼 수 있다.
광공업 상용 종업원의 평균 임금은 더 낮아서 3만2천원(74년6월)선이다.
이런 저소득 수준에도 불구하고 금년 물가 상승률은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가만 앉아서 월급이 반으로 깎이는 것이다. 근로자의 재산 형성이 얼마나 비참한가는 우리 나라의 주택 형편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73년 말 현재 전국 주택 부족율은 22.3%인데 특히 서울·부산 등 대도시는 무려 50%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에서 AID차관을 들여와 지은 15평짜리「아파트」한 채에 3백86만원이다.
영동 15평짜리는 3백26만원이다.
도시근로자 가계의 한달 흑자 4천2백60원을 모아서 AID「아파트」를 사려면 75년, 영동 「아파트」는 63년이 걸린다.
내집 마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섭섭합 정도로 미미하다. 지방 자치 단체 등이 짓는 「아파트」에 대해선 연리 8%의 저리 자금을 지원해 주는데 비해 일반 주택은 14%로 일반대출 15.5%에 비해서 별 혜택이 없다.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주택부금금리 14%는 이미 68년에 정해진 것으로서 그 동안 다른 금리가 대폭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계속 높은 수준에 있다.
주택금융연리 14%는 수출금융 9% 수입금융 12%에 비해 매우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주택 금융도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세제상의 주택 마련 지원은 주택 부금의 5%를 세금에서 떼 주는데 불과하다. 70만원의 주택부금을 썼을 경우 한달 부금이 1만원선인데 이의 5% 즉 5백원만 월급에서 빼 주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생각은 현재 급한 것은 수출 증진이나 공장 건설이기 때문에 중산층의 기본 생활 보장이나 재산 형성은 아직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플레」 정책을 씀으로써 자본축적과 고도 성장에 더 주력하고 있다. 결국 중산층의 육성이나 재산 형성은 80년대 이후의 문제라는 생각인 모양이다. <경제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