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유엔 표 대결서 한국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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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엔본부=김영희 특파원】「유엔」정치위원회는 한국 문제에 관한 서방측 결의안을 61대 42, 기권32로 채택하고 공산측 결의안을 48대 48, 기권38로 부결시켰다. 이로써 남북한 대표가 같이 참석한 이래 처음으로 4년만에 실시된 「유엔」표결에서 한국측은 하나의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정치위원회는 9일 하오 3시반(한국 시간 10일 상오 5시30분) 한국 문제 토의를 속개, 서방측 결의안과 공산측 결의안 중 공산측 결의안을 먼저 표결에 붙이자는「쿠바」 제안을 50대 48 기권33으로 부결시키고 서방측이 10일 하오에 받아들이기로 합의한 「유엔」군 계속 주둔 결의안(「바루디」수정안)을 57대 43심, 기권35로 채택했다.
곧이어 정치위는 서방측 결의안을 채택한 뒤 주한 「유엔」군사 해체와 주한 외국군 철수를 주장하는 공산측 결의안은 표결에 붙이지 말자는 「바르바도스」제안을 48대 57 기권30으로 부결시키고 즉각 공산측 결의안을 표결에 붙인 결과 부결된 것이다.
「유엔」총회의 의사 규정에 의하면 찬반이 동수일 때는 대상 결의안이 부결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날 정치위가 채택한 서방측 결의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1973년11월28일자로 총회에 의하여 채택된 회의 성명에서 서명된 회원국의 여망을 재확인하고 남북한이 한국의 평화적 통일을 촉진하도록 그들의 대화를 계속할 것을 촉구한다.
②휴전 협정의 계속 이행을 보장하고 이 지역에서 평화와 안전을 완전히 유지할 필요성에 유념하여 2개의 한국 정부간에 항구적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교섭과 화해가 이루어질 때까지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전을 보전하기 위한 휴전 협정을 유지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포함한 안보리의 책임에 속하는 한국 문제의 관련 사항을 직접 관계 당사자와 협의하여 적절한 시기에 고려할 이라는 희망을 표시한다.

<해설>「유엔사 해체안」에 현실적 대처로 「실」보다 「명」을 얻어
【유엔본부=김영희 특파원】표수만 가지고 따지려 들면 정치위가 한국 문제에 관한 서방측 결의안을 61대 42로 채택하고 공산측 결의안을 48대 48로 부결시킨 것을 한국의 『압도적 승리』(김 장관의 표현)라고도 할 만하다. 그러나 정치위가 채택한 서방측 결의안이라는 것은 「프랑스」의 수정안을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시 수정한 것으로 한국에서 지금까지 『금기』(터부)로 생각한 「유엔」군사 해체의 고려를 버젓이 담고 있어 정확히 말하면 한국은 『실』을 양보하고 『명』을 얻은 폭이다.
서방측 결의안의 제2항에다가 「유엔」군사 해체 문제를 삽입한 「프랑스」 수정안을 한국과 미국이 상당한 주저 끝에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은 한국의 『압도적 승리』라는 평가에서 김을 뽑는 요소이다.
다시 말하면 서방측 결의안이 주한 「유엔」군사 해체를 언급한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겹치기 『정형수술』을 거치지 않았으면 오늘의 표결 결과는 양상을 크게 달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우방은 주한「유엔」군사의 해체 고려를 수락함으로써 한국 문제 현실화라는 새로운 전기를 기록했다.
그러나 안보리에서는 한국의 우방들이 「비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결의안 채택으로 당장 「유엔」사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다만 이 결의안의 통과로 앞으로 안보리에서 중공이나 소련이 「유엔」사 해체를 거론 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에 필요한 휴전 협정의 존속을 위해서 「유엔」사령부의 대치 기구가 언제 어떻게 마련될 것인지는 예측키 힘들지만 적어도 정치위가 채택한 결의안을 통해서 한국은 「유엔」사령부의 해체가 궁극적으로는 불가피한 현실임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입장은 전진적이다.
동·서양 진영은 「유엔」에서 4년만에 한국 문제를 가지고 표 대결을 했다. 그것은 소련과 중공을 최근에 방문한 「키신저」장관의 개인적 외교의 한계를 노출시킨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남북대화의 후퇴를 반영하는 것이 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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