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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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면한 불경기와 국제 수지 악화를 극복하기위한 긴급 처방이 「12.7 특별 조치」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요 기초「에너지」가격의 대폭적인 인상을 포함한 12.7조치는 다분히 「인플레」촉진적인 요인을 내포하고 있고 기업의「코스트」압력을 가중시킨다는 뜻에서 앞으로 정부의 정책이 풀어나갈 또 하나의 매듭이 되고 있다. 12·7조치의 내용과 지향하는 바를 점검 해 본다.<편집자주>
12.7조치는 다양한 시책을 포괄하고있으나 그 정치적 함축만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국제수지대책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다만 현재의 불황이 수출부진에서 비롯되고 있음에 비추어 환율 인상이 이 부문의 채산성을 크게 높여 경기 자극의 유인도 함께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는 경기 대책적이다. 그러나 경기에 관한 한 환율인상의 효과는 몇 가지 제약을 받을 것이다.
그 하나는 최근의 수출부진이 낮은 채산성에 기인하기보다는 해외 수요의 절대적감퇴, 컨대 보호주의에 입각한 직접적인 수입규제 등에 더욱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은 환율 인상의 수출자극 효과를 어느 정도 감소시킬 것이다. 한편으로는 환율 인상에 따른 수입억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경우에는 경기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차관업체의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에 따른 수지 악화라는 측면도 반경기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몇가지 제약 요인에도 불구하고 환율인상의 경기 자극효과는 우리경제의 수출산업 비중에 비추어 여타의 정책수단보다는 현저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통적인 경기대책수단은 역시 재정 정책이다. 이번 조치가 포괄하고 있는 재정「사이드」의 경기대책은 그 범위가 광범하나 기대한 만큼 적극적인 것이 아니다.
우선 불황기에 가장 직접적인 경기 회복 효과를 갖는 각종 조세의 감축은 우리의 재정형편상 어렵더라도 징세 당국조차 난색을 표명할 정도로 크게 늘려 잡은 새해 내국세 부담은 분명히 반 경기적이다. 이번 조치는 이「손쉬운」길을 외면하고 있다.
상당한 재정적자폭의 확대를 각오한 정부 투융자 사업의 조기집행이나 정부조달물자의 조기 구매는 관련 내수산업의 경기를 자극할 것은 분명하나 하반기의 세입이 여의치 못할 경우 초과 수요로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출입간의 지나친 불균형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한 상태는 아닐 것이다.
3백억원의 조달 기금에 불황 업종의 재고구매는 업계가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부문이지만 업자의 답합에 의한 가격조작이 개재될 경우 특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불황에 의한 타격을 가장 식ㅁ하게 받고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주로 금융 대금으로 지원하도록 되어있으나 담보능력이 미약한 영세기업도 고루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금융에서 떠맡은 부분이 특별실비자금 5백억원 등 상당액에 달하고 있어 재정의 금융압박이 한층 심회될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저리로 지원되는 금융 자금 중 이차보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금은 금융기관이 소극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실제로 자금이 풀려나가더라도 금응기관수지 압박이나 대기업에의 편중 가능성 등의 뭇제점이 지적될수 있다.
정부의 경기 대책비 중 상당부분이 영세민 취노 사업 등 사회정책적지출에 할애되고 있다 .취로사업비 3백16억원, 서민주택건설비 1백36억윈, 새마을사업비 2백42억원, 경기대책예비비 2백42억원 등 모두 8백94억원을 풀어 농업용수·경지정리·농경지학대·급수·도로·도시장하수도 등 고용효과가 큰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류의 단순한 노임살포가 소비 수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소극적인 의미는 있겠지만 본원적인 고용 증대내지 경기 자극책으로는 미흡하며 보다 생산적인 고용으로의 홉수를 위한 투자가 오히려 효과적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안정을 희생하더라도 실업증가는 막아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선택이라면 미봉책 보다는 고용효과가 큰 내수관련 민간투자에의 지원을 늘리는 것이 첩경이다.
국내 자원 개발형 민간 투자 촉진은 당면 경기 대책인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개편과도 관련될 수 있다.
경기 회복 대책에 관련한 한 가지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이 즉각적 수입 수요 증가로 귀결될 가능성이다. 이 같은 귀결은 이번 조치의 기본 목표와 어굿남은 물론이다.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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