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고분 발굴 학술조사만 위한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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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주 황남동98호 분은 남북 두 기의 고분이 극히 접근한 쌍분인데 그 북분은 이미 묘곽안 부장품 조사가 끝나 지금은 묘곽 하부와 봉토외곽의 구조조사가 남분의 봉토 제거 작업과 병행, 진행되고 있다.
이 고분의 발굴동기는 미추왕릉을 비롯하여 봉농을 확인할 수 있는 20여기의 대소고분이 밀집된 이 지역을 정화하고 고분공원을 만들며 이들 고분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98호분을 발굴, 내부를 복원하여 사회교육 자료로 제공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은 선진 외국에서도 보지 못했던 획기적인 유적의 보존활용 사업이었다.
따라서 발굴의 직접적인 목적은 고분 내부를 정확하게 조사 고증하여 복원하는데 있었던 것이며, 이 결과로 고 신라 고분에 대한 고고학적 자료를 얻게 된 것이다.
경주 지역의 고분에 대해서는 종래부터 학술적 목적 또는 여러 건설공사 등에 의하여 비교적 많은 발굴이 실시되었고, 이에 대한 학술자료도 어느 시대의 고분 자료보다 풍부했다.
그러나 고 신라 고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유적의 하나로 지목되는 황남동의 큰 규모의 고분에 대해서는 단 한번의 조사도 실시되지 못했기에 학계에서는 주변 고분조사 결과를 참작하여 그 성격을 추측할 뿐으로 실은 고 신라 고분연구의 한 맹점이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고분공원 조성을 계기로 이 거대한 고분을 한두기 발굴 조사되게 된 것은 학술적으로도 크게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 이러한 큰 고분을 발굴하는데 많은 인원과 시간이 필요하며 따라서 많은 경비가 소요된다.
이 많은 경비와 장기간이 소요되는 조사를 순수한 학술적 목적만으로 실시하는데는 우리 나라 실정으로는 매우 어려웠고 고분공원 조성이라는 큰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동기는 어떻든 고분조사에 전례 없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2∼3년을 계속하는 장기조사를 실시한 선례를 남긴 것은 금후의 이 분야의 학술조사를 위하여 좀더 희망적인 전망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황남동 고분발굴에 따르는 외적 의의 이외에 내적 의의, 즉 발굴조사 결과 얻은 성과 또한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고 자부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분발굴에서는 주로 묘곽 내에서 얻어지는 유물에만 학술적 관심을 기울였고 석실이나 비축 분에서 구조에 대한 약간의 관심을 보여 왔을 뿐이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그러한 조사태도가 반성되어 발굴에서 믿을 수 있는 모든 학술자료를 확인 기록하여 연구자료로 삼는 방향으로 바꾸어 졌다.
즉 묘곽 내의 유물 배치상태는 물론 고분의 구조 또는 축조 방법까지 조사대상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 개발된 이 공학적 방법을 원용하여 많은 사항에 대한 새로운 조사대상이 개발되었다. 천마총의 조사나 98호분 조사에서도 이러한 다각적인 조사가 각 분야의 전문가에 의하여 실시되었다.
그 결과 종래 고고학계의 정설이었던 장신구의 사용법이 몇몇 수정되게 되었고 또 지금까지 거의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묘곽 구조와 고분 축조방법을 밝힐 수 있었고, 그밖에 토질분석·단백질 농도분포·목질수종·난각의 생물학적 검토·섬유학적 조사·탄소측정 등 여러 분야의 조사에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출토 유물에 대해서는 이미 보도기관을 통하여 크게 발표된바 있으나, 천마총에서의 고 신라의 거의 완벽한 회화자료를 비롯하여 많은 유물들이 당대의 최고급의 문화상을 여실히 나타내었고, 98호 북분에서도 또 다른 유물상을 보여 그 문화의 다양함을 재차 인식케 하였으며, 특히 고대 육조자기 소호나 압출 문양이 가득 찬 은잔, 그리고 갈색문양을 기신에 나타낸 유리배, 누금감옥된 금제천 등은 우리 나라 고대문화 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인 고대 공장기술의 연구와 문화교류를 구명하는 귀중한 자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여러 부문에 걸친 성과들은 조사보고서(천마총 조사보고는 불일간 출간됨)를 통하여 다른 전문학자에 의하여 더욱 깊이 연구 고찰되어 각 분야의 학술발전에 도움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대규모 조사에서 학계 권위자를 지도위원으로 모시고 직접 발굴을 담당하는 조사단을 새로이 구성하여 조사를 진행한 것이나 이공학적 조사와 유물의 보존 과학적 처리 등은 해당 각 기관학자에게 개별적으로 의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매우 아쉬운 일이었으며, 이러한 조사와 유물처리를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전담기구가 하루 바삐 설립되어야 하겠다고 통감하였다.
끝으로 이 조사기간을 통하여 관계 분야의 선학에 의하여 많은 격려와 비판이 있었으나 이것은 금후의 조사를 더욱 신중히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하라는 지도와 편달임을 명심하여 세심의 주의와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조사에 임할 것을 기약하며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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