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산권과 직결된 부동산 거래정보까지 유출됐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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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용카드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년간 약 600만 건의 부동산 거래정보가 저장된 공인중개사협회의 인터넷 서버가 해킹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개인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부동산 거래정보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사설단체에 의해 무단으로 수집, 보관돼 온 것으로 밝혀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7일 이 같은 사실을 본지가 보도한 직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공인중개사협회에 수사요원을 급파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해킹을 통해 이미 유출된 정보가 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거래에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은 우선 해킹을 시도한 주체가 누구인지, 또 어떤 정보가 실제 유출되어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신속하게 밝혀내 2차 피해 방지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이번 부동산 거래정보 유출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공인중개사협회는 1년간 보관할 수 있는 부동산 매매 및 임대계약 정보를 10년치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했었다고 한다. 더구나 협회는 그러한 거래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중개사협회를 감독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거래정보의 해킹 사실은 물론, 그러한 정보가 법적 근거 없이 전산자료로 저장돼 왔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개인정보에 대한 기본적인 보안의식조차 없었으니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어디서 또 개인정보가 새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 이미 문제가 터진 금융권은 물론, 부동산 거래와 병원과 약국 등 건강 관련 기관, 인터넷 상거래, 교육기관 등 만일의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는 곳까지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의 불안감을 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