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에도 잇단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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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발품, 과학적인 법칙의 발견, 또는 새로운 원소의 발견을 놓고 서로 자기의 업적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분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최근에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새로운 소립자 「PSI」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같은 날 「이탈리아」에서도 똑같은 사실이 발표되어 우선권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 16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직선 가속기「센터」와 「뉴요크」「브루크헤이븐」국립 연구소는 획기적인 소립자 「PSI」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같은 날 「로마」남쪽 「프라스카티」국립 원자 연구소도 새로운 소립자를 규명,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제 누구의 공적이 인정되느냐 하는 퍽 「델리키트」한 문제가 남아 있다.
이와 비슷한 우선권 다툼이 새로운 원소발견에 관련해서 미·소가, 그리고 「리보」핵산의 구조 해명과 관련해서 미·영의 과학자들 사이에서 아직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소련 과학자들이 1백6번의 원소를 발견했다고 발표 한데 이어 미국 과학자들도 동일한 원소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 서로 자기가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순서로 보면 소련의 판정승이 분명하나 미국의 주장은 소련에서 발표한 실험방법은 엉터리이며 자기들의 합성방법이 확실하여 신 원소 합성공적은 마땅히 자기들 것임을 주장하여 이름마저 붙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승강이는 1백6번 원소의 검출방법이 서로 다른데서 연유한다. 소련은 「두브나」합동 핵 연구소가 연구하여 지난6월 미국 「내쉬빌」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신 원소 합성을 발표했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로롄스·버클리」연구소는 8윌 「어틀랜틱시티」에서 개최된 미국 화학회에서 신 원소 합성을 발표한 것이다. 핵산의 일종인 전이 RNA의 구조 해명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미·영의 대립도 비슷하다.
영국 「케임브리지」MRC연구소의 「그래프」박사 「팀」은 8월16일자 「네이처」지에 전이 RNA구조를 발표했고 미국 MIT대 「리치」·김성호「팀」은 8윌2일자 「사이언스」지에 그 결과를 발표, 날짜는 미국 「팀」이 분명 2주일쯤 앞선다.
문제의 발단은 날짜의 선후가 아닌 연구 결과 도용여부 시비로 비롯되었다.
영국의 MRC 「팀」은 미국 MIT 「팀」이 MRC 「팀」의 「데이터」를 도용했으며 「테크닉」을 알아내기 위해 대학원생을 「스파이」로 보내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1T「팀」은 자기들이 「매디슨」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 완전한 것은 아니었음은 시인하나 MRC것 역시 완전한 연구 내용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매디슨」회의 후 1주일 후에 MRC 「팀」은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보냈고 MIT는 4주일 후 「사이언스」지에 보냈는데 이상하게도 「사이언스」지가 빨리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선권 다툼은 미적분학 발전에 대한 공을 둘러싼 영국의 「뉴튼」과 독일의 「라이프니치」사이에도 있었다.
정보교류가 빈번해지고 학문의 수준이 평준화되어 갈수록 과학자들의 우선권 다툼은 자주 일어날 것 같다.<이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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