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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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터널」 .우리말로는 땅굴이다. 땅굴은 대개 지하의 비밀통로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 역사는 서양에서는 퍽 오래 되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아리바바」의 도적들이 흔히 잘 쓰던 것도 「터널」이었다.
이보다 훨씬 앞서「슐리만」이 발굴한「트로이」의 유적에도「터널」이 나온다. 희랍신화에 나오는 미궁도 사실은「터널」의 일종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주로 주거나 묘지 등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한 것이「터널」이었다. 그 다음에야 수운·육운 등의 교통로를 위해「터널」을 파기에 이르렀다.
역사상 가장 오래 된다는 지하「터널」은「바빌로니아」사람들이「유프라테스」강을 가로 질러 만든 것. 길이가 9백m나 되는 것이었다. 그 건조년대도 약 4천년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긴「터널」로는「스위스」와「이탈리아」사이의 산들 사이를 뚫은 길이가 20㎞나 되는「싱프론·터널」을 꼽는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낯익은「터널」들은 모두 소규모이며 흔히 범죄·첩보·「게릴라」작전 등에 이용된다. 엄중한 경비망을 뚫고 은행금고를 터는 서양의 강도단들이 제일 자주 쓰는 것이「터널」수법이다. 2차대전중에 전진을 돌파 또는 기습하는데 가끔 이용되던 것도「터널」이었다.
최근에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한 장의「터널」사진이 각 신문에 게재되었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면 설 수 있을 정도의 낮은「터널」의 양면은 견고한「콘크리트」벽에다 바닥에는 손수레가 1대 놓여있다.
이 사진은 군사분계선 남방1㎞지점까지 뚫린「터널」의 출구인 것이다. 따라서「터널」의 정확한 길이는 모른다. 그 입구가 얼마나 요란스럽겠는지는 짐작도 할 수 없다.
뚫린 이 출구를 통해서 그들은 능히 여단병력까지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된다.
북괴가 왜 이런「터널」을 휴전협정을 어기고 비밀히 만들었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터널」의 출구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1백㎞도 안 된다. 그러니까 2시간 이내면 서울에 북괴무장병들이 침투해 들어 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행히「터널」은 발견되었다. 만약에 우리가 미처 찾아내지 못했다면? 그리고 북괴의 뜻대로「두더지」작전이 성공했다면? 등허리가 오싹해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터널」이외의 다른 무슨 흉계를 또 북괴는 꾸미고 있는지, 그것도 우리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역시 조금도 마음이 놓이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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