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기능 떨어지면 혈당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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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 기능이 떨어지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제 별 수 없이 나도 늙었다는 말인가』라는 탄식 섞인 푸념과 함께.
그러나 K씨의 예를 되새김해보면 성 기능 감퇴가 반드시 노쇠의 상징이지만은 않다.
53세의 K씨는 모 은행 지점장. 금년에 들어서면서부터 그의 성 기능이 유난히 떨어져 K씨는 단순히 늙어 가는 징조로만 생각했다.
그렇다고 무능해진 자기의 「섹스」능력을 늙음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 처량한 생각이 들어 양기에 좋다는 보약을 달여 먹기도 하고 약사의 권유에 따라 외제 미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회춘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귀찮기만 할 뿐 도대체「생각」조차 나질 않는 점이었다.
그러다가 지난9월 은행에서 실시한 집단검진에서 K씨는 당뇻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그야말로 우연히 발견되었다.
동시에 성 기능이 갑자기 떨어진 것도 바로 숨겨진 당뇻병 탓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당뇻병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지병인지 잘 알려져 있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더 먹고싶은 욕망이 없어지지 않아 결국 다식에 목숨을 앗기는 질병이다.
흔히 다식·다음·다뇨를 당뇻병의 특징적인 삼다 증상이라고들 하지만 초기에는 자기가 당뇻병을 앓고 있는지 아닌지 잘 모르고 지내는 때가 많다.
단지 이유 없이 입이 잘 마르고 피로하며 기운이 없다고 해서 당뇻병을 의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당뇻병은 의의로 많다. 서울대 의대의 조사에 마르면 S은행 집단검진에서 전체의 2.6%가 당뇻병을 앓고 있는데도 본인들은 K씨처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또 한 조사는 농촌인구1백 명 중 1명이 당뇻병 환자라고 밝히고있다.
따라서 중년기에는 반드시 정기적으로 혈당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아무런 까닭 없이 성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면 늙음을 탄식하기보다는 혈당검사로 당뇻병의 유무를 「체크」해야겠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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