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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외판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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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품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데서 한걸음 나아가 점원이 고객을 찾아가서 물건을 파는 것이 세일즈 작전이다. 우리나라에서 「세일즈」가 본격화 하기는 60년대 후반부터 직장이나 가정을 방문해서 직접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외판원은 어떤 의미에서 여성에게 매우 적합한 직종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외판 업무중에서도 보험·서적·화장품, 그리고 유산균 음료(야쿠르트)외판은 비교적 많은 수의 여성이 진출, 자리를 잡은 분야다.
월급제가 아니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게되는 외판원의 수입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여성의 직업으로서 외판 업무의 특징은 다른 직업이 학교를 갓 졸업한 미혼여성을 필요로 하는데 비해 외판원은 가정을 가진 중년부인의 부업으로서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객을 찾아가 설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필요하고, 또 하루 종일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의 제약을 덜 받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6개 생명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 외무사원의 수는 2만5천명 정도. 생명보험·학자보험·퇴직보험 등 가정관계의 보험을 취급하는 생명보험회사의 외판원은 90%가 여자다.
친구나 친척의 소개를 받아 직장, 혹은 가정으로 계약자를 찾아다녀야 하는 보험 외판원의 가장 큰 문제는 고객 확보. 수입은 실적에 따라 최고 월 수십만원까지도 올리지만 시작해서 1년간이 고비라고 한다. 1년을 못 넘기고 그만두는 사람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D생명보험에서 5년간 근무했다는 설광순 여사(48)는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후 가계를 돕기 위해 보험 외판을 시작했다면서 『고객 선택이 「세일즈」의 성공 요건』이라고 말한다.
서적 외판은 전집 등 일반 서적류와 월간 등 잡지외판으로 나누어진다. 주로 직장 방문 판매를 하는 일반 서적류의 경우는 대개가 남자 외판원, 여자는 15%정도이다. 가정주부나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이 일을 하는데 수입은 판매가의 15∼18%. 열심히 뛰면 월5만원정도는 보장된다.
월간잡지의 외판은 대개 정가의 20%가「마진」이다. 소년·여성·종합잡지를 출판사에서 받아 개인독자·공장 단체 독자들에게 배본하는 것이다. 3백∼4백50원하는 잡지 5백부를 배본하면 3만∼4만원의 수입이 된다. 1일∼15일엔 책을 배달하고 15일 이후엔 수금에 들어간다.
1년8개월 동안 1천7백명의 독자를 확보한 이은자씨(지·서대문구 대조동204의2)는 『월간 잡지 외판은 한번 독자를 확보해 놓으면 계속 배본만 하면 되는 이점이 있지요. 그렇지만 책을 일일이 나눠줘야 하는 것이 여간 고된 일이 아닙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65년 이후 착실히 외판망을 넓혀온 것이 화장품업계. A화장품의 경우 서울에만 76개의 특약점에 각15∼20명의 외판원이 활동하고 있다. 상품의 성질상 93%가 여자인 이들 외판원의 평균 연령은 27∼30세, 그중 50%가 기혼자이다.
이들 중 대부분이 4∼5만원의 외판 수입에 가계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에는 34개의「야쿠르트·센터」가 있다. 여기서 일하고 있는 여자 외판원이 7백40명이다. 상오 7시40분에 출근해서 8시부터「야쿠르트」를 배달해야 하는 이일은 낮12시쯤이면 대개 배달이 끝난다. 한병에 5원씩의 「마진」이 남는데 한 사람이 2백∼5백개를 배달, 평균 4만여원의 수입이 된다.
2년동안 「야쿠르트」를 배달해 온 엄경자씨(30)는 『아침에 너무 일찍 출근해야 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지요. 30㎞ 이상의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도 고되긴 합니다』고 말했다.
외판 업무는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동료·타사 직원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또 친구·친지들을 다 설득하고 나면 고객 확보의 한계에 부닥쳐 3∼4년 이상을 계속하기가 힘든 것이 큰 문젯점이다.
이외에도 자신이 계약한 상품의 수금을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고, 만약 부족되는 금액이 있을 때는 보장을 해야하는 것이 외판 업무의 규율이다.<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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