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역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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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산업구조가 수입유발 적일 경우, 가동률을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수입수요를 크게 줄이기 힘든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이 누누이 지적해온 터이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지난 9월말현재의 수입실적이 무려 50억9천만「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외환사정과 직결되는 KFX 수입이 41억4천7백만「달러」에 이르러 전년동기 비 85·5%나 증가함으로써 수출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있음은 우려할만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9월말 수출실적이 통관기준으로 34억2천4백만「달러」라면, 9개월 동안에 KFX 무역적자가 7억2천3백만「달러」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것이며 그만큼 실질외환 보유고는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무역적자를 보상하던 무역 외 수지흑자가 관광 불 수입의 정체 때문에 크게 감축됨으로써 경상수지적자가 KFX무역적자와 대동소이해진 것도 외환사정을 어렵게 하는 큰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물론 수입이 늘어나는 비율로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 보인다면 외환문제를 비관적으로 보아야할 이유가 조금도 없으나 신용장 내도 액이 경향적으로 크게 줄어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지급, 수출이 갑자기 늘어나리라고 막연히 기대할 수는 없다.
외환사정이 그러하다면 국제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조정은 불가피한 것이며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정책검토를 서두르는 것이 급하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수출전망이 어두운 것이라면 수입을 줄이는 방법을 철저히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수입증가 중 국내산업의 가동률과 분리할 수 없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서 후자에 대한 철저한 수입억제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그를 위해 국내정책을 바꾸는 용단도 불사해야 할 줄로 안다.
이와 관련해서 깊이 검토해야 할 핵심은 양곡수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양곡수입을 줄인다고 국내산업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또 수입을 줄인 만큼 국내생산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농업에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식량소비를 줄이고 생산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다시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식량사정이 악화되고 식량공급자체를 석유처럼 무기화 하려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밀가루 값에 엄청난 보조금을 주고 맥 가율을 50%선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사치스런 생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음으로 위축되고 있는 수출을 국제경기가 회복될 까지 방치해두어야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겠다. 재고금융의 기간연장·수출산업시설 자금확대·원자재 양도허용 등 금융지원강화로 수출이 증가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수출이 정체하는데 시설을 확장하겠다는 기업을 어디서 찾아야할 것이며, 재고가 쌓이는 기업에 금융기간을 연장해주었다고 수출이 증가할 이유가 생기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 원자재의 양도가 수출증가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금융상의 지원은 수출상의 부도를 예방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나 그 자체가 수출애로의 타개요인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수출상의 교역조건을 개선해주든지, 아니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서 수출증가요인을 만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모순은 많지만,「링크」제 무역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든지 해야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무역수지악화를 저지하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정부로서는 무엇인가 복안이 있기 때문에 우선 금융지원강화로써 견뎌 보려하는 것 같으나 그것만으로 업계나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심리적 가속작용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종합대책 안을 하루빨리 제시해 주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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