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터 라이프] 생화·조화로 봄맞이 집안 꾸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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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지난 주말 만원짜리 한장으로 봄을 사왔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개나리 네 다발을 사다가 양동이에 한아름 꽂아 마루 한켠에 놓았을 뿐인데도 봄이 집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봄을 느끼는 방법은 이렇게 쉬웠다.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브랜드 꽃집의 화려한 꽃다발이 아니어도, 고급스런 유럽제 수입 화병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꽃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만 즐기는 사치품이 아니라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삶의 여유를 안겨주는 신의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나리가 아니라도 싼 값으로 꽃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동네 화원에서 장미 한다발을 사서 꽃병에 꽂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싸게, 조금 더 멋있게 꽃을 연출하고 싶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꽃시장에서 사는 것은 기본. 평소 유명 꽃집에 들러 열심히 구경하면서 안목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보는 눈만 있으면 상추 한 포기도 예술적으로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시장 활용하기

화훼단지까지 가지 않아도 웬만한 꽃은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3층 등에 있는 꽃시장에서 살 수 있다.

터미널 꽃시장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업자들을 위한 도매상점이기 때문에 새벽 1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문을 연다. 오후에 슬슬 구경가면 낭패보게 된다.

전문가들은 주로 꽃이 새로 들어오는 월.수.금요일 새벽에 문을 열자마자 집중적으로 꽃시장을 공략한다. 수입꽃 등 판매량이 적은 꽃은 이 때 대부분 팔려나간다.

하지만 장미 같은 인기 품목이나 튤립 등 제철 꽃들은 화.목.토요일에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초보자라면 오히려 화.목.토요일이 더 좋다. 막 시장에 들어온 꽃은 아직 피지 않은 몽우리 상태라 꽃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피지 않은 꽃과 핀 꽃을 나란히 놓고 팔기 때문에 선택해서 살 수 있다. 활짝 핀 꽃은 수명이 짧기 때문에 거의 절반 가격밖에 안한다.

일주일을 마감하는 토요일 오전 11시쯤이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시간. 떨이로 팔기 때문에 말만 잘 하면 도매가보다 더 싸게도 살 수 있다.

고정관념 버리기

요즘은 꽃을 담는 그릇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다. 같은 꽃이라도 담는 그릇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동네 꽃집과 브랜드 꽃집의 선을 긋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색깔있는 유리 화병을 많이 쓰는 '제인 패커'는 화기(花器)를 주로 영국 본사에서 직수입한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에서 쓰는 화기는 아무리 특이해 보여도 꽃시장 안의 자재 매장에서 비슷한 것을 구할 수 있다.

강남 터미널 상가 가운데서는 '현대 데코'가 제일 다양하게 화기를 갖추고 있는 편이다. 이곳보다 비싸지만 더 고급스런 제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서울 서초동에 있는 '플라워 갤러리'다.

'헬레나 플라워'의 유승재 실장은 "물이 새지만 않는다면 물컵이나 나무상자 등 어떤 것도 화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일러줬다. 의외의 것을 썼을 때 더 멋스럽게 보인다는 얘기다.

꽃 고르기

제철 과일.채소가 가장 맛있고 싸듯이 꽃도 제철 꽃이 제일 상태가 좋고 싸다. 튤립은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절정을 넘겼고 지금부터는 수국이나 작약이 좋다.

수국은 꽃시장에서 줄기로도 살 수 있고 뿌리째로도 구할 수 있다. 꽃이 열 송이쯤 달려 있는 국산 수국 한 뿌리가 1만원선이다. 뉴질랜드 수국은 좀 더 비싸다.

이렇게 같은 꽃이라도 수입이냐, 국산이냐에 따라 값 차이가 크다.

제인 패커 왕경희 매니저는 "수입꽃의 색이 더 선명하고 오래 가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값이 계절에 따라 1.5~3배 비싸다"고 말했다.

조화 활용하기

꽃은 생명이 있어 더 아름답다. 하지만 가까이에서도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조화의 품질이 좋아져 조화로 꽃을 감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베란다 난간이나 현관문 앞 리스(원형 화환) 등 자주 갈아주기 어려운 곳엔 조화가 더 유용하다.

강남 터미널 꽃시장의 경우 절반은 생화, 나머지는 조화 매장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조화도 여기서 살 수 있다.

조화판매 전문 인터넷 쇼핑몰인 에브리원 플라워(www.everyone.co.kr)를 운영하는 김지혜씨는 "요즘 조화는 인공적인 느낌이 적고 색도 잘 바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너무 오래 봐서 식상하면 조화 꽃바구니에 다른 종류의 조화나 생화를 섞어 새 분위기를 내면 된다"고 조언했다.

조화를 오래 쓰려면 직사광선을 피하고, 가끔 소금물로 닦아줘야 한다.

베란다 꾸미기

정원이 그리운 아파트 주민은 베란다에 미니 화단을 만들어보자. 널찍한 나무 상자에 초화나 야채.과일 나무.허브 등을 취향에 맞게 심을 수 있다. 파릇파릇한 율마나 아이비도 좋지만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길러서 먹을 수 있는 적상추나 딸기를 시도해봄직 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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