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신복윤(내수동 장로교회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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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루살렘」성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한창 성전에서 군중들을 가르치고 계셨다. 이때 「이스라엘」의 지도급에 속하는 몇몇 사람들이 한 여인을 끌고 「예수」님을 찾아왔다. 그 사연은 간단하고 또 명백했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발각되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법률로는 그러한 범죄인에게는 돌로 쳐서 죽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지도자들은 그 범죄 자체를 문제시한 것이 아니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려 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 『「모세」의 법에는 이러한 자를 돌로 치라고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었던 것이다.
만일 『돌로 쳐라』고 하면 유대인에게는 사형권을 허락지 않고 있던 「로마」의 법률을 범하는 것이 될 것이요, 그렇다고 해서 『치지 말라』고 하면 유대인으로서 「모세」의 법을 어기는 것이니 매우 난처한 질문이었다. 「예수」님으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지도자들과 거기 모였던 군중들의 시선은 전부 「예수」님에게 쓸리고 있었다.
묵묵히 계시던 「예수」님은 마침내 그들을 향하여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고 하셨다. 한 사람도 돌을 던지는 자가 없었다. 하나씩 멋적은 표정으로 다 물러가 버렸던 것이다. 「예수」님과 간음한 여인만 남았다.
이 사실에서 우리가 특별히 배우는 것은 인간에게는 누구나 다 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남을 돌로 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작은 티는 보면서도 자기 눈 속에 있는 큰 들보를 보지 못하는 자와 같은 것이다.
본래 죄 가운데서 태어나는 것이 인간이다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젖 먹는 순진한 어린아이에게서도 인간의 죄악성을 수없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원죄를 말해 주는 것이다. 맹자와 같이 인간은 본래 선하게 태어났다고 말한 학자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간트」는 인간에게는 근본악이 있다고 하여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지워 버릴 수 없는 생태적인 인간의 죄성을 말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 죄란 과연 무엇인가?
첫째로 죄는 특수 악이라고 하겠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도덕적 악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한일에 대하여 예외 없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죄라는 말 대신에 악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모든 죄가 악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악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죄라고 할 수는 없다. 질병·재난은 악일지언정 죄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대인이 죄를 하나의 질병, 불완전으로 보고 책임질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는데서 부패가 생기는 것이다. 죄의식이 강한 국민만이 건전한 나라, 건전한 사회를 세울 수 있는 법이다.
둘째로 죄는 절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윤리적 영역에서 선과 악의 대조는 절대적이다. 이 양자 사이에는 중립상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그것 때문에 벌써 악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인간은 선에서든지 악에서든지 둘 중 어느 한 쪽에 서 있는 것이다. 성서는 악인도 의인도 중립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번도 말한 적이 없는 것이다.
세째로 죄는 항상 하나님의 의지와 관련되어 있다.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은 죄를 사회적 방법으로 해석하기를 좋아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제와 관련해서 해석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죄를 다만 이웃에 대하여 행하여진 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죄를 하나님의 말씀(성경말씀)과 불일치한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에 이 성경말씀과 일치를 이루지 못하는 생활은 곧 하나님의 반대하는 생활이요, 죄를 사랑하는 생활이 된다. 신약성서의 「요한」1서3장4절에서는 『죄를 짓는 자마다 불법을 행하나니 죄는 불법이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죄는 개인을 파멸에 던져 넣고 한 나라를 망치게 한다. 죄는 병균 같아서 번식율이 강하다. 죄의식이 강한 나라·사회일수록 부패가 없는 법이다. 가난한 나라는 존속하지만 죄로 부패한 나라는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다. 남을 돌로 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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