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구형집 지으면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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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까지 부동산에는 법률적병이나 경제적병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오늘은 부동산에는 기술적병이 없어야한다는 이야기. 기술적병은 특히 건물의 설계나 시공 등 공학적 측면에 흠이 없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나 새로운 문젯점들이 없지 않다.
먼저 어떤 건물을 짓거나 구입하는 경우에 설계가 새로운 형이라야 한다. 주택의 경우 시공상의 배려나 생활의 경제화 등을 위해 부단히 연구되고 있는 것은 설계분야이다. 승용차처럼 매년 형이 달라지는 정도는 아니라고 하겠으나 그렇다고 전연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며, 특히 최근에는 수재에 대한 대비책으로 기초를 높인다거나 좁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여 거주를 쾌적하게 하려는 배려 등이 설계나 시공면에 잘 나타나고 있다. 그 때문에 주택을 새로 짓거나 사는 경우에 구식형을 택한다면 상당한 손해를 보기가 쉽고 시장성도 저하될 염려가 있다. 새로 지은 경우라면 건축에 투입된 비용보다도 낮게 평가된다(이른바 기능적 감가). 그만큼 손해를 보게된다.
그러한 문제는 성장지역의 집장수 주택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적다.
설계나 구조면에 항상 첨단을 걷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이 어느 정도 규격화되는 발전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건물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숨은 부문이 많고 때로는 요령 좋은 겉치장에 현혹되어 오해하기 쉬운 경우도 있다.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건물은 건축주의 성격을 거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꼼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대체로 건물도 꼼꼼하게 짓고 덜렁대는 사람은 건물도 어딘가 그런 점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여자가 짓는 건물은 속임수가 적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은 생활의식이 작용하여 최근에 보급되고있는 이른바「유틸리티적 사고방식」(주부의 가사노동에 있어 최소한도로. 몸을 움직인 채 여러 가사를 처리하려는 배려)을 살리려는 노력은 여자쪽이 훨씬 강하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날림공사이다. 확실하기만 하다면 다소 값을 더 주고도 견고한 건물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고 영구히 살기 위해 지은 집은 더욱 좋으나 사는 쪽에서는 단순하게 값이 싼 쪽만 택하려는 나머지 궁극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도 없지 않다. 주택구입은 결정의 순간이 영구히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택지와 가로와의 높이 관계에 있어 주택은 가로와 등고이거나 다소 높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상업지라면 가로보다 높으면 장사에 상당한 지장이 있으므로 평지로 깎는 비용만큼 싸게 산다.
반대로 택지가 가로보다 낮은 경우도 평지로 매립하는 비용만큼 싸게 사야 한다. 때로는 큼직한 면적의 택지 한가운데에 작은 주택을 달랑 세운 경우도 있으나 목조건물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머지 땅의 가치가 상당히 감가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어떤 곳은 전체의 지역이 매립지인 곳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 건물의 기초가 매립 이전의 지반까지 미쳐야만 안전하다.
건물의 경우에 또 하나의 문제는 방위결정이 잘못된 경우이다. 머리를 조금 쓰면 남향이나 동남향으로 할 수 있는 경우에 잘못해서 서향이나 북향으로 지은 경우도 있고, 소음관계를 전연 배려하지 않고 방위를 결정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고칠 수 없는 기술적 병이다. 경사지에 지은 건물은 자칫하면「슬라이딩」사고(와우「아파트」같은 사고)의 염려가 있으므로 전문가의 판단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끝으로 최근 일본에서는 중고주택을 사서 수리하여 파는 사업에 업계가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사업은 유망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성장지역에 여유가 많고 경제성장도 불충분하기 때문에 일반화되기에는 다소 시일이 빠른 것 같으나 위치에 따라서는 그런 사업은 지금도 가능하고 주부들의 좋은 부업도 된다. 중고건물은 내부시설에 현혹돼서는 안되며, 언제나 북쪽 취사장이나 변소쪽에 파손이 없는지 외부조사를 착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김영진(부동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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