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사회 속 갈등 겪는 「유럽」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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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늘의 「유럽」여성들은 사회에 진출, 정부기관·회사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수가 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격렬한 여성해방운동이 일어나는 것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시위운동도 없고 조직적인 여성단체도 별로 없다.
영국의 「베스트셀러」작가 「에블린·앤터니」나 「스웨덴」의 여배우 「리브·울만」의 말처럼 「유럽」여성들은 분명히 전세대의 여성상에서 해방되기를 원하기는 하나 『앞으로 어떻게 되기를 원하고 있는가』를 알지 못한 채, 전통적인 여생의 역할과 새로운 역할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유럽」의 대부분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해방을 갈구하고 있다. 이 인간으로서의 여성해방은 사회적·경제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뜻하나, 아직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에서처럼 동등한 보수를 받거나 동등한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 노동력 부족 때문에 외국의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여성을 새로운 노동력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은 각 가정의 주부가 직업을 구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육아와 가정살림에서 주부들이 짐을 벗도록 사회적인 「시스팀」은 고쳐지지 않았고 또 많은 여성들은 가정생활을 등한히 하면서까지 사회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일이 옳은가 그른가로 내부의 갈등에 시달린다.
1791년 「프랑스」의 「올랑프·드·주지」가 『여성의 권리·선언』을 출판한 이래 여성권리운동을 일으켜 온 「유럽」의 여성들은 미국의 여권운동가처럼 반남성적이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나라별로 여성운동을 살펴본다.
▲「스칸디나비아」=북구는 여권운동의 「메카」다. 「스웨덴」의 경우 여성이 쌓는 경제력이 국가경제력의 84·8%이며 각급 학교의 교재에는 앞치마를 두른 주부가 남편을 배웅하는 등의 그림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의 경우 이혼율과 결혼율이 맞먹을 만큼 이곳에서는 결혼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풍조가 일고있다. 「덴마크」는 3년 전 모든 미인대회를 중지시켰다.
▲「프랑스」여성의 노동시장 점유율이 38%에 이를 만큼 많은 여성이 사회진출을 했으나 대부분 하위직이고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여권운동이 일지 않고 있다. 여성담당상 「프랑솨·지로」여사에 의하면 『「프랑스」인들은 남녀가 가정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독=서독여성들은 여권운동에 선구적이지 않다.
여성의 노동력이 전노동력의 3분의1을 차지하지만 서독의 민법은 『집안 일에 지장이 있을 때는 여성의 취업을 금한다』고 되어있다.
이러한 남녀차별은 「나치」치하에서 더욱 가중되었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서서히 자성의 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최근의 한 낙태법 허용요구 「데모」에서 호전적인 여성군중은 『배(복)는 나의 것』이라고 외쳤었다.
▲「이탈리아」=이상적인 여성상은 아직 주부상일 만큼 보수적이다. <타임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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