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유통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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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매점행위만 없으면 공급량은 절대로 모자라지 않는다.』 『밥지을 연탄조차 없다』-연탄사정을 두고 당국과 수요자 사이에 전혀 상반된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 현실.
서울 종로3가66 김복순씨(53)는 추석이후 20여일 동안 이웃 연탄가게에 여러 차례 드나들어 연탄을 배달해주기 바랐으나 1주일전 단 한번 10장밖에 얻지 못했다. 김씨는 4개의 방 가운데 한방만 때고 있다. 이 때문에 지병인 기침이 도졌다고 가게주인 이모씨(35)를 걸어 고소하겠다며 싸움까지 벌였다했다.
이에 대해 가게주인 이씨는 『들어오는 양이 애초에 모자라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속수무책이라는 것. 이씨에 의하면 그가 맡은 연탄「카드」는 4백장. 가정용이 3백30장, 비가정용이 70장이어서 당초의 약속대로 하면 1일 4천장을 타야한다. 그러나 이씨에 의하면 이 배정량은 동사무소(종로3가)의 출하증·발급 때 시연료 대책본부 지시라며 원천적으로 1천7백장으로 깎인다는 것. 그것도 대폿집·간이음식점 등 「비가정」70가구의 수요 1일1천장은 하나도 안깎고 가정용만 한집에 2∼3장씩으로 깎아버려 7백장밖에 인정 안해준다는 것이다.
주인 이씨는 『동회 직원들이 장삿집용은 왜 안깎고 가정용만 깎는지 자기로선 모른다』고 푸념했다.
사정은 서울 관악구 봉천2동 삼천리연탄가게(주인 이건선·41)도 마찬가지. 비가정용 「카드」는 30장밖에 안되고 절대다수인 3백20장이 가정용이지만 장삿집 것은 안깎고 가정용만 깎는 바람에 하루 타오는 1천장 중 60%는 비가정에 나간다고 했다.
「비가정」특혜 때문에 가정용이 피해를 본다는 귀결로써, 과연 이들「비가정」이 연탄 사용금지 업소가 아닌지 연탄 유통과정에 있어 의문점이 아닐 수 없다.
이유야 여하튼 가뜩이나 깎여 나오는 가정용 연탄이 판매소에서 공평하게 나눠지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실정이다.
대부분의 연탄판매소는 아침10시에 문을 열었다가 하오2시면 폐문한다. 이렇게 일찍 문을 닫는 이유는 동에서 배정 받긴 1가구 하루2∼3장이지만 한집에 20∼40장씩 5일 50장 한도 안에서 팔아버리기 때문이다.
판매소 주인들은 늦게 오는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당국이 약속한 한도 안에서 달라는 단골에게 안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웃돈을 받아서가 아니라 안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이었지만 많은 가게의 경우 웃돈을 노려 「비가정」이나 연탄사용규제업소 등 몇 집에 몰아주는 경향도 있다는 것.
많은 연탄가게들은 가정용 배점 자체가 달리는 탓도 있지만 중산층의 매점 또한 파동의 큰 원인이라고 당국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서울종로구??정동53 태양연탄가게 김무영씨(29)에 의하면 거래선 4백가구중 절반은 3백∼5백장씩 쌓아놓고 있으면서 날마다 사간다는 것이다. 봉익동 삼표연탄 이의형씨도 『아우성치는 집일수록 가보면 창고 가득히 연탄을 쌓아놓고 있다』고 했다.
3백∼5백장이면 아궁이를 3개로 쳐서 월동 필요량의 절반에 가까운 것. 상인들은 『예년의 경우 11월20일쯤 가야 연탄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벌써 기근현상이 나는 것으로 미루어 상당수의 중산층이 그 동안 사재기를 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이들의 가수요만 중단되면 못 사간 사람들이 사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탄「데모」가 난 안양의 경우 앞장선 주부가운데 7백장까지 사잰 사람이 있었던 것을 매점의 예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이들 매점중산층에 연탄을 더 이상 안주기도 어렵다고 했다. 연탄을 안주면 『과거 사쟀든 말았든 「카드」몫은 당연히 줘야한다』고 대드는 데다가 「카드」자체를 빼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해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면 연탄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인들의 중산층 매점주장은 서울변두리를 보면 일리가 있기도 했다.
봉천2동 11동 박은주씨(31)의 삼성연탄가게의 경우 하루 7백장을 타오나 가난한 동네라서 1백50장이 남아들고 있었으며 돈만 내면 살 수가 있었다.
동사무소는 가게에서 공정히 배정하고 매점만 없으면 파동은 고개를 숙일 것이라는 것이 업계 대부분의 주장이다.
동해연탄(서울 성북구 석관동)영업부장 이규륙씨(35)도 지난해의 경우 가장 추울 때 서울의 공급량이 1일 7백만개였는데 올해는 여태까지 6백30만개를 찍어냈기 때문에 가수요만 없으면 모자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 등은 그래도 나은 편. 연탄집중 배정권에서 밀려난 서울외곽 의정부·안양·부천 등 이른바 연탄공급 사각지대는 여전히 문제. 자체 생산량이 태부족인데다가 대도시에서의 밀반출마저 엄격히 단속하는 바람에 1개 40∼50원까지 값이 치솟고 그나마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밖에 배정조차 거의 안되는 어촌·낙도·어선 등엔 유통과정의 재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연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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